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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본능이란… 남루한 일상을 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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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본능이란… 남루한 일상을 살아내다

입력
2013.06.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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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적은 바로 정(情)이다. 가진 것 없는 놈들끼리 오손도손 인생 말아 먹는 곳이 아니라고, 여기가. 도와주지 마. 도움 받지도 말고. 힘을 길러!"

고시원 생활을 청산하지 못 하고 있는 50대 남자 장씨가 같은 신세의 입주자들에게 뇌까리는 말이다. 공동체적 가치가 사라진 지는 오래다. 이제는 생존 본능만이 살아 있을 뿐이다.

극단 이와삼이 28일~7월 21일 연우소극장에 올리는 '여기가 집이다'는 이 시대 한국에서 집의 의미를 묻는다. 일인 가구 500만, 네 가구 중 하나가 일인 가구로 자리 잡은 현재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심리학적 사회학적으로 파고 든다.

때로는 인생 막장과 진배없는 곳, 고시원이 배경이다. 등장 인물들이 빈핍한 상황에 내몰려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심각한 것은 그들이 철이 없다, 고집 세다, 야비하다, 뺀질댄다, 음흉하다. 허황되다 등 부정적 형용사를 더께처럼 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쁘거나 착한 사람이 없지는 않지만 그들은 전면에 나서지 못한다. 시간적 배경마저 겨울 입구로 설정돼 있는 무대는 '가짜 희망을 위하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무대는 이를테면 현대판 실락원인 것이다.

한 지붕 아래 살지만 이들은 모래알이다. 극중에 들려주는 시에서 제목을 따왔다. "여기가 집이다. (중략)그저 눈인사 정도로만 / 서로 적의를 갖지 않을 정도로만. /사는 게 별 게 있었나 / 집이라고 별게 있었나 / 미래라고 별 게 있었나. / 여기가 집이다.".

연극의 사실성을 살리기 위해 극작ㆍ연출가 장우재씨는 실제 쪽방촌을 취재했다. 장씨는 "평소는 정 많지만 생존의 문제가 닥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이중성이 이 시대 보통 사람의 실제상"이라며 "그들을 사랑스럽게 보는 시선을 끝까지 견지하는 무대"라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 기금 등을 확보한 희곡의 힘이 돋보인다.

"사람이 보이는 무대." 작품을 준비하며 그가 배우들에게 가장 많이 주문한 내용이다. 쪽방촌에 배어 있는 살내음은 그렇게 객석으로 밀려 온다. 사회적 발언은 없는, 너무나도 사회적인 무대다. 장성익 박무영 등 출연. 28일~7월 21일 연우소극장. (02)3676-3676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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