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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말하는 학교폭력 대책 “가해-피해 학생 어울리게 해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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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말하는 학교폭력 대책 “가해-피해 학생 어울리게 해야 성공”

입력
2013.06.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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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A여중 학생들은 오전 10시 30분 2교시를 마치면 방송실에서 흘러나오는 최신 가요를 들으며 20분간 ‘중간걷기 시간’을 갖는다. 운동장으로 나온 학생들은 삼삼오오로 걷거나 댄스 동아리 발표 대회 연습을 한다. 예전 같으면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지 않고 흡연하거나 무단결석하는 등 학칙을 지키지 않거나 학교폭력 문제를 일으켰던 학교폭력 고위험군 학생들도 이 시간에 함께 어울려 댄스 연습을 하면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어울렸다.

이 학교는 2011년 “학생들의 반항을 몸을 써서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는 한 교사의 제안으로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후 올해 교내 자체 평가에서 학교폭력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고위험군 학생들의 학칙 위반 사례와 교사 및 다른 학생들과의 갈등이 줄어드는 등 학교 적응이 좋아졌다는 자평을 하고 있다.

교육부와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가 10일 오후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에서 개최한 ‘현장 중심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우수사례들은 교육부가 지난해 2월 6일 마련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과는 사뭇 달랐다. 가해 학생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강조됐던 정부 대책과 달리 학교 현장에서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서로 어울리게 해야 학교폭력이 줄어든다”고 말하고 있다.

B중학교는 2011년 집단폭행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그 후 이 학교는 북으로만 연주하는 동아리,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천체관측 동아리, 장서 1만5,000여권을 보유하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소식지를 발행하는 독서모임 등 동아리 개설을 적극 지원했다.

이 동아리들은 교내 축제에서 발표를 하거나 대회에 나가 수상하는 성과를 올리며 학생들의 자존감이나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됐다. B중의 한 학생은 “동아리활동의 활성화와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상담 등을 통해 학교가 ‘힐링’이 됐다”고 말했다.

곽은주 서울 광양중 교사는 가해자, 피해자를 가리지 않고 1학년 전체 학생 240여명과 학부모를 모아 3번에 나눠서 교육을 연 사례를 발표했다. “기껏 학교 보냈더니 맞고 다니느냐”며 오히려 상처를 주는 피해학생 부모나,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니다”며 현실을 부정하는 가해학생 부모 모두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해 학생 부모에게는 분노 조절법 등을, 피해 학생 부모에게는 공감하고 위로하는 법 등을 가르쳤다. 그 결과 학부모들에게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꿔줬다는 평가를 들었고, 가정에서도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었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폭력 대책이 성공을 거둔 학교들의 공통점은 가해, 피해학생 모두 능동적으로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구성원 간 소통과 협력이 강화돼 긍정적인 학교 문화가 조성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유경 이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장은 “학교폭력 문제는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와 사회 문제들이 축적돼 나타난 문제”라며 “단순히 교육정책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가정ㆍ학교 등 사회 전체적인 틀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교사들은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에 대해 가해 학생들과 피해 학생을 분리하고, 가해학생을 엄격히 처벌하는 등 사후 대책에만 치중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을 해왔다. 김영진 교육부 학교폭력대책과장은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논의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올 7월 학교폭력대책 개선안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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