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잘 할까.
'괴물' 류현진(26ㆍLA 다저스)이 성공적인 첫 해를 보내면서 많은 분석들이 뒤따르고 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오른 다리를 1루 쪽으로 곧이 드는 게 아니라 2루 쪽으로 튼다. 허리 회전력, 반동을 이용한다"며 "공 끝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민규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는 "공을 숨기고 나온다. 아무리 힘 좋은 타자들도 타이밍을 잡기 힘들다"고 했다. 류현진은 10일 현재 12경기에서 6승2패, 2.7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체인지업의 '특별한' 활용법도 한 몫 한다. 류현진은 시즌 초반 카운트를 잡거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던졌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상황에서 몸쪽 직구를 던지거나 슬라이더, 커브를 뿌린다. 역으로 직구를 노리는 타자에겐 다시 체인지업을 던진다. 여기에 시속 81마일(130㎞)까지 나오던 속도를 76마일(122㎞)까지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면서 타자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인 팬그래프 닷컴에 따르면 류현진이 올 시즌 동안 가장 많이 던진 변화구는 역시 체인지업이다. 직구 52.8%, 슬라이더 13.8%, 커브 10.9%, 체인지업은 22.5%다. 데뷔전이었던 4월3일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는 체인지업의 비율이 31.3%나 됐다.
하지만 이후 변화를 줬다. 6번째 경기인 콜로라도전(5월1일ㆍ승)에서 체인지업(17.1%) 보다 슬라이더(23.9%)를 많이 던졌고, 10번째 등판인 밀워키전(5월23일ㆍ승)에선 슬라이더(14.8%), 커브(19.4%), 체인지업(13.0%)을 고루 섞어 던졌다.
주목할 경기는 올 시즌 두 차례 맞붙은 애틀랜타전이다. 류현진은 5월18일 다저스 신인으로는 최초로 '9경기 연속 6이닝'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하는 길목에서 애틀랜타 타선을 만났다. 처음 만나는 상대인 만큼 가장 자신 있는 체인지업(21%)을 많이 던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5이닝 5안타 5볼넷 2실점. 아쉽게 구단의 새 역사를 쓰는데 실패했다.
그러자 지난 8일 두 번째 맞대결에서는 새로운 투구 패턴을 들고 나왔다. 최고 시속 153㎞의 직구(50.0%)와 함께 슬라이더(13.8%), 커브(10.9%)의 비중을 늘렸고, 체인지업(15.2%) 은 줄였다. 결과는 7.2이닝 6안타 1실점. 현지 언론의 호평이 쏟아졌다.
시속 160㎞의 직구를 던지는 채프먼(신시내티)도 홈런 맞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타고난 기량에다 철저한 노력이 있어야만 설 수 있는 곳이 빅리그다. 하지만 야구 천재들이 모인 '꿈의 무대'에서 류현진은 예상을 뒤엎고 완벽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LA타임스는 이날 "6년간 3,600만 달러를 쓴 다저스가 상당히 싼 값에 류현진을 잡았다"고 평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