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수 감독의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메가톤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예매율(83%)을 시작으로 개봉 첫날인 5일 49만명을 동원하더니 36시간 만에 100만, 72시간 만에 200만명을 돌파했다. 휴일인 6일엔 91만명을 모으며 한국 영화 사상 1일 최다 관객 동원이라는 신기록도 추가했다. 9일까지 349만명이 이 영화를 봤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총 제작비는 마케팅비 포함 약 70억원이다. 대작 영화도, 저예산 영화도 아닌 중간 규모의 영화로 분류된다. 손익분기점인 220만명은 개봉 나흘 만에 넘어섰다. 이 영화의 투자ㆍ배급사인 쇼박스㈜미디어플렉스는 "흥행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내부적으로도 예상하지 못 했다"고 밝혔다.
영화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10, 20대 여성 관객이다. 10대 소녀 팬들이 많은 김수현을 주연으로 캐스팅하고,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웹툰을 영화화한 점이 흥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가 개봉 첫 주 이 영화 예매자를 연령ㆍ성별로 분석한 결과 40대 이상 여성(23.1%), 40대 이상 남성(21.6%), 30대 여성(16%), 20대 여성(15.1%) 순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답한 30대 이상 예매자 1만 1,156명 중 자녀 동반 관람은 45%에 달해 연인 혹은 부부끼리 관람(28.1%)을 앞섰다. 자녀 동반 응답자의 83%가 딸과 함께였고, 12%는 딸, 아들 동반 관람이었다. 김형호 맥스무비 실장은 "10대 여성 관객은 경제력이 없더라도 부모를 움직이게 하는 소비력이 있다는 것을 이 영화가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동명의 웹툰을 영화로 만든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돌풍에는 영화 관계자들도 놀라고 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그 동안 10대 관객이 소외됐는데 '늑대소년' '연가시'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으로 인해 10대 관객을 타깃으로 한 영화의 폭발력이 얼마나 강한지 제작자들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과거엔 10대를 타깃으로 한 영화를 만들면 위험이 크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20, 30대를 겨냥한 영화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극장가에선 타깃 연령대가 뚜렷한 영화들의 흥행이 두드러진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30, 40대 관객을 겨냥한 '내 아내의 모든 것'(460만) '건축학개론'(411만) '댄싱퀸'(405만), 10, 20대 관객이 주를 이뤘던 '늑대소년'(706만), '연가시'(451만) 등이 대표적이다. 쇼박스 마케팅팀의 최근하 과장은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제작 단계부터 10, 20대를 주요 타깃으로 삼은 영화였는데 관객층이 30, 40대까지 확장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면서 "특정 세대만 잘 공략해도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만큼 시장이 커져 있어서 앞으로 이러한 영화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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