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이재현(53) 회장의 오른팔로 통하는 신모(57) 부사장을 구속하면서 이번에도 재벌 오너와 재무책임자가 공범으로 함께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무책임자는 오너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연봉이 수십억 원에 달할 정도로 특급대우를 받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검찰 타깃 1순위로 전락하는 통례가 재차 입증된 셈이다.
CJ 재무팀장을 역임한 신 부사장은 이 회장의 비자금 규모와 운용실태를 가장 상세히 알고 있어 일찌감치 검찰의 핵심 수사대상자로 꼽혔다. 실제로 신 부사장은 CJ그룹 해외비자금 조성의 전초기지로 의심받고 있는 홍콩에서 장기간 법인장을 지내면서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이 회장 소환에 앞서 그를 긴급 체포 후 구속했다는 것은 이 회장을 겨냥한 수사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CJ그룹 압수수색 영장과 신 부사장의 구속영장에 이 회장을 탈세와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의 공범이자 지시자로 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벌 오너를 옥죄기 위한 검찰의 이 같은 수사패턴은 과거 여러 차례 있었다. 검찰은 2010~11년 김승연(61) 한화그룹 회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를 수사하면서 그룹의 재무총괄책임자였던 홍동욱(65) 여천NCC 사장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홍씨는 1심에서 김 회장과 공모한 혐의가 인정돼 똑같이 징역4년을 선고 받았고, 항소심에서는 1년 감형돼 김 회장과 같이 징역3년을 받았다.
2011년 오리온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검찰은 금고지기 역할을 했던 조경민 사장의 신병을 우선 확보한 뒤 담철곤 회장을 구속하는 수순을 밟았다. 2008년 삼성특검도 이건희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하면서 당시 관재팀 역할을 했던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등을 함께 재판에 넘겼다.
8일 구속된 신 부사장은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이재현 회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사실을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러나 신 부사장의 진술내용과 상관없이 이 회장의 혐의 입증에 필요한 물증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내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한 수사결과 발표가 금주에 이뤄질 경우 내주 이 회장을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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