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로 서울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 회담에 참석한 북측 대표단은 대부분 청와대를 찾아 우리 대통령을 면담했다. 2000년 7월 제1차 남북 장관급 회담의 북측 대표단(전금진 단장)은 일정 마지막날에 청와대를 방문해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접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5년 6월 서울에서 열린 제15차 회담 기간 동안 북측 대표단(권호웅 단장)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이번에도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해 서울로 내려오는 북한측 대표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북측 대표단이 박 대통령을 만나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아 남북 정상간 '간접대화'가 이뤄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실무접촉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너무 앞서가지 말자"며 "누가 오면 누구를 만나고 이런 식으로 지나치게 나가는 것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언급을 삼갔다.
장관급 회담에 나설 양측 대표가 누구인지도 관심사다. 우리 정부 대표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나선다. 류 장관은 6일 북측이 당국자 회담을 제안한 뒤로 역대 남북회담 자료를 훑어보고 기조발언을 직접 챙기는 등 회담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20년 이상 북한을 연구한 학자지만 6년 만에 열리는 장관급 회담이다 보니 부담과 긴장이 적지 않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북측에선 통일전선부 김양건 부장이 카운터 파트로 나와야 격에 어울린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김 부장은 2007년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과 비밀회담을 통해 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2009년에는 싱가포르에서 이명박대통령 특사였던 임태희 전 의원을 만나 3차 정상회담 협상을 벌인 대남통이다. 하지만 김 부장이 우리의 장관보다는 다소 격이 높다는 점에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 다른 인물이 나설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회담장소는 서울 강북지역의 특급호텔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1차례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북측은 평양 고려호텔을 이용해 왔고, 우리측은 제주와 부산에서 열린 세 차례를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 강북의 도심 외곽 호텔을 회담장으로 선택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실무접촉 회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으면서 현장에 훈령을 내리는 등 긴장 속에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외교ㆍ안보라인 관계자들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청와대에 대기하면서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 하는 등 남북 접촉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