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및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오는 12일 열릴 남북 장관급 회담과 관련해 개성공단 정상화 및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남북간 최대 현안인 비핵화 문제의 경우 이미 국제적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6년 만에 재개된 남북 회담의 의제로 삼아 회담 자체를 경직시킬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6ㆍ15 공동선언 및 7ㆍ4 공동성명 기념행사 개최 등 모든 의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기 보다는 개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접근법도 제시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9일 "개성공단 정상화는 다시는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란 북한 측의 확실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나 정치 문제가 경제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북측의 확실한 약속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성공단이 정상화되더라도 '안정적 재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봉현 IBK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북한에선 단순한 공단 정상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정부는 공단 폐쇄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선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사건 등에 대한 북한의 성의 있는 태도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 정부는 박왕자씨 사망 사고와 관련한 공동조사, 북측의 사과, 재발방지 조치를 당연히 요구해야 한다"며 "북한도 이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금강산 관광 문제에 대해선 우리 정부가 물러설 이유가 없다"며 "안정적인 사업 재개를 원하는 여론이 형성된 만큼 우리가 급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핵화 문제의 경우 이번 회담에선 의제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양무진 북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박근혜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모든 문제를 다 풀겠다고 하면 단 하나의 문제도 풀지 못할 수 있다"며 "욕심을 버리고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큰 틀의 방향과 원칙을 정하는 자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원장대행도 "이번엔 비핵화 원칙을 얘기하는 회의가 아닌 만큼 특정 이슈에 매달리면 안된다"며 "서로 신뢰를 쌓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협상력이 강화됐다고 해서 '갑'의 위치에 서서 북한의 행동을 강요하면 안되며 동등한 입장에서 대우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회담 전략과 관련해 조봉현 연구위원은 "포괄적 논의보다는 개성공단 문제 등 일단 쉬운 것부터 풀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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