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선물거래의 일종인 FX마진거래(Foreign Exchange Margin Trading)을 가장해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현철)는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수억 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로 운영자 장모(59)씨를 구속 기소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한 김모(46)씨 등 직원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 등은 지난해 2월 FX마진거래를 하는 것처럼 꾸민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개설한 뒤 모집한 회원 500여명에게 호주 달러화 대비 영국 파운드화 등락 예측 게임에 도박자금 35억원을 걸게 해 5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다.
FX마진거래는 두 나라 통화를 동시에 사고 팔아 환차익을 노리는 고위험 금융거래다. 하지만 이 사이트는 외환선물거래와는 무관하고 오로지 시세 등락여부만 맞추는 승률 50%의 도박사이트로 드러났다. 이들은 국내증권사 홈페이지 등에서 가져온 환율시세 화면을 사이트에 띄워놓고 베팅을 유도한 뒤 상승 또는 하락을 맞힌 회원에게는 베팅액 2배를 지급하고 7~10%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고 맞히지 못한 경우엔 베팅액 전액을 몰수했다. 특히 10분마다 베팅을 할 수 있으며 결과가 나오는 즉시 환전이 이뤄지는 등 중독성이 강해 340차례 1억원 베팅으로 4,000만원을 잃은 회원도 있었다.
검찰은 무인가 FX마진거래 사이트를 통한 무인가 투자중개업 사건을 조사하던 중 우연히 장씨의 도박사이트를 적발했다. 장씨는 회장, 부장, 모집책 등 각자 업무를 철저히 분담하는 기업형태로 운영했으며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사이트 주소를 2차례나 변경하고 '바지사장'을 내세워 영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FX마진거래라는 생소한 이름과 달리 등락만 맞추는 게임이다 보니 도박 가담자도 회사원이나 돈 없는 서민이 많았다"며 "도박 가담자들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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