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60년의 세월은 남북한은 물론 주변의 관련 국가들에게도 갈등과 긴장, 협력과 화해가 교차한 복잡하고도 어려운 시간이었다. 최근에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한껏 고조됐던 긴장이 남북 장관급 회담의 개최 논의와 미중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양상과 해법, 향후 전망 등을 중국의 전문가들에게서 들었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중국은 남북한 통일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상무위원이기도 한 그는 그러나 "통일을 이루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중 관계에 근본적 변화가 있는가.
"미묘한 변화가 있다. 과거 중국 학자들은 북한을 어떻게 지지할 것인지를 놓고 토론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을 어떻게 압박할지를 얘기한다. 중국 지도자들조차 '중국의 대문 앞에서 일을 일으키지 말 것'을 계속 경고하고 있다."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다녀간 뒤 북중 관계가 복원됐다고 보나.
"최 총정치국장의 방중이 대중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일부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무조건적 지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비핵화 원칙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북한은 지금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당장 핵무기를 포기하긴 힘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 회동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마주 보고 대화하며 서로를 더 많이 이해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뢰가 쌓이면 앞으로 협의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미중 양국은 모두 북한의 핵을 원치 않는다. 한반도 정세의 변화는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달 말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난다.
"중한 관계가 매우 밀접해졌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다. 교류도 매우 활발하다. 이는 중한 관계의 튼튼한 기초다. 박 대통령의 방중은 양국 새 지도부가 관계를 강화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양국 사이의 일부 이견들은 천천히 접근하면 풀 수 있다. 사실 고구려 역사 문제는 중국에선 심각한 사안이 아닌데 한국은 크게 받아들이고 있다. 양국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한국에는 중국이 남북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아니다. 중국은 통일에 동의한다. 이는 한국이 중국의 통일에 동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통일에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데 있다. 중국은 큰 대륙이고 대만은 작은 섬에 불과한데도 통일을 못 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경제ㆍ문화ㆍ사회ㆍ인적 교류가 활발한 데도 그렇다. 반면 남북한은 면적도 비슷하고 각 방면의 장단점을 갖고 있어 더 힘들 수 있다. 더구나 북한은 핵무기까지 가졌다. 일단 평화롭게 상존하며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를 늘려가는 게 중요하다. 한 순간에 해결할 순 없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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