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실현돼야 하며 세계 어느 국가도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데 합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7,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휴양시설 서니랜즈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미중이 이 같은 목표를 성취하는데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설명했다. 중국이 북핵 불용의 원칙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20여년 동안 계속된 북핵 논의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양국이 유례 없는 대북 공동 압박에 나설 경우 북핵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닐런 보좌관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두 정상이 (북핵) 위협의 해석을 공유하게 됐다"며 "미중은 북한 문제에 상당한 수준의 공감대를 이끌어 냈으며 구체적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계속해서 공동 노력하기로 완전한 합의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시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국과 미국은 북한 비핵화 이슈에 관한 입장과 목표에서 일치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7일 1차 회의와 이어진 만찬에서 북한의 핵 도발 문제를 집중 논의해 이 같이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의는 한반도의 계속된 위기가 중국마저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중국의 새로운 계산을 반영한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이전보다 더 긴밀하게 협의할 준비가 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구체적 압박 조치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셔츠(비공식) 정상회담'으로 불린 이번 만남에서 두 지도자는 파격적인 형식의 8시간 회담이란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양국은 북핵 문제와 글로벌 기후변화에 공동 대처키로 한 것을 제외하면 주요 현안에 대해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했다. 두 정상은 미국이 주요 의제로 삼은 사이버 공격 문제에서 이견을 노출했으며 대만 무기 판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위안화 환율 조작 등의 현안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주요 2개국(G2) 정상이 친분을 쌓고 향후 양국 관계의 새로운 모델 형성에 합의한 것은 회담의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도닐런 보좌관은 "회담은 전적으로 비공식적이고 건설적이며 또한 주요 강대국 관계를 위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