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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팔면 먹거리이고 문구점에서 팔면 불량식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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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팔면 먹거리이고 문구점에서 팔면 불량식품이냐"

입력
2013.06.0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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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에서 7년째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는 봉모(48)씨는 5년 전부터 수입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 대기업들이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수거하는 재활용품의 양이 25% 정도 줄었기 때문이다. 봉씨는 "대기업의 재활용 사업 진출과 불황으로 인한 재활용품 물량 감소로 재활용 업계는 이미 한계 상황을 넘은 지 오래"라며 "고물상 주인들은 최근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한탄했다.

3년 전부터 부산 사하구에 있는 한 탑마트 내에서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윤모(43)씨는 돈을 좀 더 벌어 독자적으로 제과점을 운영하려던 계획이었지만 최근 물거품이 됐다. 영남권에서 기업형 슈퍼마켓인 탑마트 76개를 운영하고 있는 주식회사 서원유통 측에서 얼마 전 마트 내 입점 제과점에 대해 타인 양도 금지와 권리금을 포기하도록 하는 특약조항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제과점 점주들은 서원유통이 마트 내 제과점을 직영화하려고 지금까지 관례적으로 인정해 왔던 타인에 대한 양도를 전면 금지 했다는 주장이다. 윤씨는 "나도 마트에 입점할 때 1억5,000만원의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지만 이제 만약 몸이 아파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빈 손으로 마트를 나갈 수밖에 없게 됐다"며 "'공정거래법 상으로는 하자가 없다'는 서원유통 측의 말에 우리 점주들은 사실상 재산권 포기 각서와도 같은 약정서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고 말했다.

전국 을살리기 비대위,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등의 공동주최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9일 열린 '경제민주화 국민대회 및 전국 을들의 만민공동회'에서 나온 '을'들의 아우성이다. 이 자리에서는 700여명의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참석해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등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중소상인 보호 관련 8대 입법과제의 조속한 실현을 주문했다.

이날 전국문구·학습준비물생산유통인협회에서 마련한 부스에서 문구점에서 파는 과자와 젤리 등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불량식품이 아니라고 설명하던 식품 도매업자 박모(65)씨는 "모두 허가를 받아 만들었는데 마트에서 팔면 먹거리이고 문구점에서 팔면 불량식품이냐"며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골목상권 최후의 보루인 문구점을 보호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 천안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30년 동안 문구점을 운영했다는 조모(73)씨도 중앙 무대에 올라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학용품마저 학교에서 다 나눠주니 문방구는 살 길이 없다"며 "하루에 아이들 먹거리로 판 돈 3만~4만원으로 근근이 살아가는데 이제 이마저도 하지 말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민주당과 진보정의당은 이날 행사 장소에 부스를 마련하고 각각 중소상인 대상 무료 법률상담과 600만 중소상인살리기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을이 살아야 경제도 살고 갑도 살 수 있다"며 "6월 국회를 을을 위한 국회로 명명하고 관련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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