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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출신 미술작가, 죽음에 대응하는 탐미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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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출신 미술작가, 죽음에 대응하는 탐미적 시선

입력
2013.06.0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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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면서도 기묘한 분위기의 전시장. 그 첫머리에서 관객을 맞는 건 붉은 털코트를 입은 소녀가 해골과 악수를 나누는 거대한 그림이다. 제목은 '과거, 현재, 미래와 이야기하는 막달라 마리아'. 알록달록한 레이스로 죽은 나무를 휘감고 그것도 모자라 레이스로 만든 꽃까지 달아 놓은 설치작품 '림보'를 지나면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시간을 엮는 자들'이 나온다. 개의 머리, 인간의 몸, 나뭇가지 같은 팔을 엮어 만든 설치작품과 앙상한 겨울 숲을 담은 회화, 필리핀산 낙엽 한 상자로 이뤄진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에서 운명을 관장하는 세 여신 '모이라이'를 형상화했다.

7월 7일까지 청담동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리는 필리핀 작가 제럴딘 하비에르(43)의 개인전 '비욘드 더 베일(Beyond the veil)'은 '죽음의 모습과 그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법'이란 주제로 설치, 회화, 사진 등 10여 점을 선보인다. "대학 졸업 후 2년여 간 간호사로 일하며 죽음을 자주 접했던 작가가 자연스럽게 선택한 주제"라는 것이 이번 전시 기획자의 설명이다. 2년 전 국내 첫 개인전 이후 두 번째 개인전이다.

신화, 성경, 소설 등을 모티프로 자수, 레이스 등 공예와 회화, 조각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작품을 선보인다. 영국 작가 안젤라 카터의 소설집 에 실린 단편소설 '얼 왕'의 이야기를 그린 '얼 왕의 새장', 까마귀와 함께 있는 기름투성이 필리핀 소녀를 그린 '왕에게 바치는 죽음' 등 한 명의 모델을 대상으로 다양한 죽음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제주 천지연 폭포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과거, 현재, 미래와 대화하는 막달라 마리아', 해골 장식을 손에 든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형상화한 설치물 '세계의 무게' 등 기이하면서도 탐미적인 작품들이 서늘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02)541-5701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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