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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수묵화의 거장' 송수남 화백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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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수묵화의 거장' 송수남 화백 별세

입력
2013.06.0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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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화사하고 밝은 꽃 그림을 즐겨 그렸던 고인은, 자신의 장례식에 모두가 화사한 복장으로 꽃을 들고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남겼습니다."

8일 별세한 '현대 수묵화의 거장' 남천(南天) 송수남 화백 빈소에 검정이나 회색 상복을 입고 가서는 안 된다. 그런 복장은 "조문 사절"이 송 화백의 유언이다. 이날 오전 3시 30분 75세로 세상을 떠난 송 화백은 지난 2주 간 급성폐렴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상태가 악화해 가족과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했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홍익대 서양화과에 입학했다가 4학년 때 동양화과로 전공을 바꿨다. 스웨덴 국립 동양박물관 초대 개인전을 비롯해 30여 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도쿄국제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 타이페이 국제현대수묵화전 등 국제전에 참여하며 한국화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1975년부터 2004년까지 모교인 홍익대 동양화과 교수, 홍익대 박물관 관장으로 재직하면서 후학을 양성했고, 관전과는 거의 인연을 맺지 않은 채 서울미술대전, 동아미술제, 중앙미술대전 등 주로 사립미술전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송 화백은 전통 수묵화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토대로 현대적 조형성을 추구하며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70년대 말 상업주의, 복고주의, 권위주의에서 비롯된 한국화 위기 상황에 맞서 80년대 '현대 수묵화운동'을 주도해 '새로운 한국화의 정립'을 기치에 내걸고 한국화의 자기 혁신과 생명력 회복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90년대에는 '붓의 놀림'시리즈로 수묵이 지닌 원초적인 조형미를 드러냈고, 2004년 홍익대 정년퇴임 후에는 서양화 재료인 아크릴로 화려한 꽃 그림을 그렸다.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과 음악, 철학까지 섭렵하면서 '한국인이란 무엇인가', '한국의 그림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란 질문을 스스로 수없이 던진 작가이기도 했다. 고인이 대학 3학년 때 한하운의 시 '가도 가도 황톳길'을 읽고 전공을 바꾼 것은 유명한 일화다. 생전 "그림 그리는 친구보다 문학하는 친구와 더 친했다"고 말해왔던 고인은 2007년 신경림 시인과 40년 인연을 기린 '우정의 시화전'을 열기도 했다.

유족은 부인 염염진, 장녀 난영 씨 등 1남 3녀.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발인 10일, 장지 충남 천안 천주교묘원. (02)2227-7569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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