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이른바 '4대 천왕'(MB와의 친분으로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에 오른 인사들)이 주물렀던 금융권 알짜자리를 '모피아(옛 재정경제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라 불리는 과거 재무부 관료 출신들이 속속 접수하고 있다. 금융 공기업과 금융단체는 물론 주요 민간 금융회사까지 거의 싹쓸이 수준이어서 관치(官治)금융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과 NH농협금융 차기 회장에 모피아 출신이 잇따라 내정됐다. 임영록 KB금융 회장 내정자는 행정고시 20회,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 내정자는 행시 24회로 금융정책을 주로 맡았던 경제관료 출신이다.
민간 금융회사인 KB금융 회장 자리는 늘 민간의 몫이었으나,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관료도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금융지주 회장을 할 수 있다"면서 임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줘 구설수에 올랐다. 농협금융 회장 역시 내부 출신이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막판에 임 전 국무총리실장이 내정돼 금융당국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우리금융 회장에는 순수 금융인 출신인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내정됐지만 '조속한 민영화'를 이유로 이사회가 통상 3년인 임기를 절반으로 제한한데다 우리금융이 팔리면 곧 물러나야 할 처지여서 리더십을 발휘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금융계 안팎에선 정권 초 주요 금융기관장이 물갈이되는 틈을 타 모피아들이 금융당국과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장점을 토대로 알짜 보직을 싹쓸이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현상은 금융지주를 넘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국제금융센터 원장에는 행시 26회인 김익주씨가, 여신금융협회장에는 행시 23회 김근수씨가 선임됐다. 또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에는 행시 14회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조달청장을 지낸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이,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엔 홍영만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거론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모피아는 자리 보전 및 세력을 확장하려는 속성이 있는데, 정부 내에는 이들을 통제할 전문가가 없다"면서 "모피아들이 이틈을 타 KB와 우리금융을 합친 메가뱅크를 만드는 등 금융당국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보다 눈앞의 과제를 임시 봉합하려는 관치금융의 부작용이 함께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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