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현 회장의 최측근인 CJ글로벌홀딩스 신모(57) 부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CJ 재무팀장과 홍콩법인장을 역임한 신 부사장은 현 CJ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이 회장의 비자금 실체를 가장 상세히 알고 있는 '금고지기'로 검찰이 집중 수사대상자로 꼽아온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7일 신 부사장에 대해 홍콩 등에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개설해 운용하는 등의 수법으로 수백억대 소득세 포탈에 개입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조세포탈)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신 부사장을 6일 오후 출석시켜 조사하던 중 긴급체포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왔다. 이틀 사이 소환, 긴급체포, 구속영장 청구가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전·현직 임직원을 체포하고 영장을 청구한 것은 처음이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신 부사장은 CJ 홍콩법인장 등을 역임하면서 홍콩 현지에서 CJ 임직원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를 통해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신 부사장은 이 회장의 차명 부동산 의혹이 일고 있는 일본 도쿄 번화가인 아카사카(赤坂) 부동산 투자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에 소재한 CJ글로벌홀딩스는 사료사업 지주회사로 이 회장의 해외 비자금 관리와 편법 상속을 위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중 한 곳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은 신 부사장을 상대로 구체적 물증 등을 제시하며 국내외에서 CJ 전ㆍ현직 임직원의 차명계좌와 페이퍼컴퍼니 등을 활용해 이 회장의 비자금을 운용해 온 내역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는 그룹 측이 선임한 변호인 1명이 입회했다.
검찰이 신 부사장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면서 CJ 그룹 수사는 본격적인 사법처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수사의 정점인 이 회장 소환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신 부사장은 2008년 살인청부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차명재산'을 언급한 전 CJ재무2팀장 이모(44)씨의 당시 직속상사여서 이씨와 함께 이번 사건의 양대 '키맨(key man)'으로 지목돼왔다.
앞서 이씨를 불러 차명재산 관련 내역을 파악한 검찰이 신 부사장의 입을 여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내주부터 검찰의 칼끝은 이 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게 될 전망이다. 또 비자금 관리에 동원된 CJ 관재팀을 비롯한 그룹 임직원들의 사법처리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 부사장은 지난달 중순 홍콩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출국금지 조치로 발길을 돌렸으며, CJ그룹 측은 이를 계기로 검찰의 본격수사 착수 기류를 지난달 21일 실시된 압수수색 수일 전 감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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