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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미니스커트 단속, 누가 왜 시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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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미니스커트 단속, 누가 왜 시작했을까?

입력
2013.06.0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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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서구 사회에서 히피 문화가 유행하던 때, 한국에서는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 이 한창이었다. 80년대 민주화와 더불어 이런 억압적 단속은 많이 사라졌지만, 과다 노출에 범칙금을 부과하는 경범죄처벌법은 여전히 남아 있다. '풍기 문란'이라는 이유로 국가가 개인의 취향을 강제적으로 제한하는 이런 제도는 사실 일제의 식민 통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식민지 시대 조선 사회와 90년대 여성 문제에 천착해 온 저자는 풍기 문란의 역사를 소재로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한국 사회의 정치적 역학을 분석한다.

국내에서 경범죄 처벌법이 처음 제정된 것은 1954년. 이 법은 일제가 조선인들의 풍속을 통제하던 경찰범 처벌 규칙(1912년)에 기원을 두고 있다. 1910년대 일제의 풍속 통제는 묘지에 대한 관습이나 기생에 관한 것에 그쳤으나 1920년대 후반이 되면 동성애, 매음, 외설과 추태, 도박, 미성년자 음주 단속 등으로 광범위해진다.

이 같은 기조는 해방 후에도 이어져 1960~70년대는 가정의례 준칙, 야간 통행 금지, 장발 단속, 밀주 금지 등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위로 지목된 다양한 문화들이 법적인 규제를 받았다. 저자는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서구의 퇴폐 풍조에 물든 행태라며 단속한 70년대 경찰 활동이 1930년대 말 일제의 역사적 경험을 계승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렇듯 국가에 의한 풍속 단속은 식민지, 전쟁, 독재 체제 등 왜곡된 한국 근현대사의 산물로 식민성, 근대성, 파시즘과 민주주의 문제들과 복합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저자는 풍기 문란 연구에 대한 방법론과 역사, 의미를 소개하며 각 시대별 대표 소설을 통해 풍속의 역사를 분석하기도 한다.

'음란'과 '혁명'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풍기 문란과 정념, 정동이라는 철학적 개념을 이론적으로 아우르고 있어 읽기가 만만치 않다. 저자 스스로 책 서문에 '자료 더미 속에서 길을 잃었다'고 고백했듯 주장과 개념어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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