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데뷔 두 번째 경기 만에 연타석 홈런을 날리더니 네 번째 경기에선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쿠바 특급'으로 기대를 모으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LA 다저스가 류현진(26)에 이은 또 한 명의 대형 루키 야시엘 푸이그(23)의 등장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푸이그는 7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 경기에 1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푸이그는 1-0으로 근소하게 앞선 8회말 1사 만루에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다저스는 푸이그의 결정적인 한 방에 힘입어 애틀랜타를 5-0으로 꺾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경기 후 "푸이그의 활약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며 "팀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푸이그는 "마이너리그와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하겠다"면서 "팀 승리를 위해 스스로 많은 준비를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쿠바 주니어 대표팀 출신인 푸이그는 지난해 6월 다저스와 7년간 4,200만달러(약 470억원)에 장기 계약한 기대주다. 지난 4일 메이저리그에 올라오기 전까지 더블 A에서 40경기에 나가 타율 3할1푼3리 8홈런 37타점을 올렸다.
푸이그는 지난 4월 과속, 난폭운전, 운전 중 자동차 보험증서 미휴대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등 경기장 밖에서 논란을 빚어 당장 빅리그에 올라오기 어려워보였지만 주전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빅리그 데뷔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첫 경기인 4일 샌디에이고전에서 멀티 히트를 쳤고, 이튿날에는 연타석 홈런을 날려 스타 탄생을 알렸다. 푸이그는 현재 4경기에서 타율 4할3푼8리 3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다.
사실 푸이그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5할1푼7리(27경기 58타수 30안타) 3홈런 11타점으로 활약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매팅리 감독은 푸이그를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냈다. 맷 켐프, 안드레 이디어 등 고액 연봉의 외야수가 즐비했기 때문에 푸이그의 자리는 없었다. 이 때문에 류현진의 2선발 확정이 결정됐을 때에도 다저스의 캠프 장소인 애리조나 글렌데일은 푸이그의 마이너리그행을 두고 취재진과 매팅리 감독 간에 많은 얘기가 오갔다.
푸이그가 7승에 도전하는 류현진의 승리 도우미로 나설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류현진은 8일 오전 11시10분 애틀랜타와의 홈 경기에 시즌 12번째 선발 등판한다. 애틀랜타는 7일 현재 팀 타율이 2할4푼7리에 불과하지만 팀 홈런은 81개로 내셔널리그 1위, 장타율은 4할2푼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틀랜타에는 유독 오른손 거포가 많다. 저스틴 업튼이 홈런 14개로 내셔널리그 공동 4위일 뿐만 아니라 에반 개티스 또한 13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특히 개티스는 류현진을 밀어내고 두 달 연속 '이달의 신인'에 뽑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류현진이 반드시 넘어야 할 타자다. 댄 어글라 역시 타율이 1할7푼9리로 주춤하지만 홈런은 10개나 쳤다.
류현진은 올 시즌 6개의 홈런을 맞았다. 이 중 카를로스 곤잘레스(콜로라도)를 제외하면 5개의 홈런이 모두 오른손 타자에게 나왔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류현진이 오른손 타자를 잘 막고 있지만 애틀랜타 타선만큼은 정말 경계해야 한다"며 "대체로 좋았던 경기는 모두 직구에 힘이 있고, 컨트롤도 잘 됐다. 직구만 원하는 곳에 던지면 애틀랜타 타선도 류현진을 공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승패의 관건은 공격적 피칭을 앞세운 투구 수 조절이다. 류현진은 지난달 18일 애틀랜타 원정에서 홈런포를 의식한 나머지 도망가는 피칭으로 볼넷을 5개나 내줬다. 5회까지 무려 100개를 던지고 일찌감치 마운드에서 내려와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이어가던 8경기 연속 6이닝 투구 기록이 끊겼다. 이 때 매팅리 감독이 류현진을 향해 처음으로 "볼넷이 너무 많다"고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류현진으로서는 5월29일 완봉승을 거뒀던 LA 에인절스전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마이크 트라웃과 앨버트 푸홀스, 마크 트럼보 등 강타자들을 상대로 과감히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어 볼넷을 단 1개도 내주지 않고 무안타로 틀어막았다. 덕분에 투구수 관리도 잘 됐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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