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총 437기다. 국제원자력기구 발전원자로정보시스템(IAEA PRIS)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이 중 45.5%인 199기가 가동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고, 10.3%인 45기가 40년이 지났다. 원전의 설계수명이 대부분 30년 또는 40년인 점을 감안하면 세계 원전의 절반 이상이 이미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것이다.
실제로 설계수명이 끝났지만 여전히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돼 계속 운전 중인 원전이 152기나 된다. 설계수명 종료를 앞두고 계속 운전하기로 최종 승인된 원전도 71기에 달한다. 향후 수 년 이내에 계속 운전 여부를 결정해야 할 원전도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속 운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추세다.
전체 발전량의 75% 가량을 원자력에 의존하는 프랑스에서는 이미 계속 운전 승인이 난 피센아임 원전을 지난해 정부가 2016년 말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찬반 논란이 한창이다. 지진학계나 시민단체들은 내진 설계가 미흡하고 노후화로 고장이 잦다며 정부 결정을 지지한다. 그러나 지자체, 원전 산업계와 노조 등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데다 당장 부족한 전력을 구할 길이 막막해 전기요금이 치솟을 거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탈 원전'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한동안은 노후화한 원전들의 존폐가 불투명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가 확보되지 못한 탓에 어느 나라도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당분간 노후 원전들의 계속 운전 승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해외 원전들의 계속 운전 결정이 정치적,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공개적으로 이뤄진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미 영구 정지가 결정된 뒤 안전에 대한 의혹이 일자 뒤늦게 사실은 다른 이유였다는 식의 해명이 이어지곤 했다. "노후 원전의 계속 운전 여부를 결정하는 첫 번째 기준은 안전이며, 그 과정은 철저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강조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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