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60) 러시아 대통령과 부인 류드밀라 푸틴(55)이 30년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1983년 결혼해 20대의 두 딸을 둔 부부는 지난해 5월 푸틴의 세 번째 대통령 취임식 이후 공식석상에 한번도 함께 나타나지 않아 불화설이 나돌았다.
두 사람은 6일 저녁 크렘린궁에서 열린 '에스메랄다' 발레 공연을 관람한 후 국영 24TV 카메라를 통해 생중계로 이혼 사실을 알렸다. 로이터통신은 "마치 시상식 발표처럼 이혼을 발표했다"며 "예행연습이라도 한 것 같이 자연스러웠다"고 밝혔다.
공연 관람 후 크렘린궁 안 모처로 이동한 부부는 미리 설치된 카메라 앞에서 짧게 공연 감상평을 말했다. 이어 "두 사람이 함께 살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푸틴은 "그렇다"며 "이것은 교양 있는 이혼"이라고 대답했다. 푸틴은 "(이혼을) 함께 결정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류드밀라는 "대중 앞에 서는 게 정말 싫고 공개된 삶도 원치 않는다"며 "비행기를 타는 것도 힘들었다"고 이혼 사유를 밝혔다.
류드밀라가 외부 노출을 원치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지난해 4월 푸틴이 대선 후보였던 당시 수년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류드밀라의 행적을 보도하며 수도원 거주 등 차기 영부인 행방의 소문만 무성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류드밀라가 항공사 스튜어디스 출신인 점 등으로 볼 때 부부가 밝힌 이혼 사유를 그대로 믿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푸틴이 31년 연하인 올림픽 체조선수 출신 의원 알리나 카바예바와 불륜관계라는 2008년 언론 보도 내용은 현재까지 맞는지, 틀린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영국 언론들도 독일 대외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BND)의 문서를 토대로 1980년대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동독 드레스덴 책임자였던 30대의 푸틴이 아내나 때리는 바람둥이라고 보도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젊은 시절부터 원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푸틴이 배우자를 버린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부인을 마지막까지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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