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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입력
2013.06.0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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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때 '연예인 친구'를 들먹일까손해볼 게 뻔한데 도박 판돈을 올릴까

"내 친구 중에 연예인이 있는데…." 사람들은 왜 말을 할 때 잘 나가는 친구를 들먹이는 것일까. 도박판에서 손해 볼 것이 확실한데도 판돈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떨어지면 세상이 끝난 것처럼 낙담하다가 어떻게 금세 툭툭 털고 일어나는 걸까. 책은 사람의 복잡한 심리를 28개 실험을 통해 분석한다.

사회심리학자 존 달리와 대니얼 뱃슨은 신학생 67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선한 사마리아인'에 관한 연설을 하러 가는 도중 도움이 필요한 환자를 만나는 것인데, 급한 일이 없었던 집단은 63%가 도움을 준 반면 늦었다는 암시를 받은 집단은 10%만 환자를 도왔다. 냉소적이긴 하지만 성경 속 사마리아인이 선해서가 아니라 그저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이웃을 도왔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사람이 권위 앞에 얼마나 무력한가를 보여주는 실험도 있다. 스탠리 밀그램은 한 남성이 질문에 틀린 답을 말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전기 충격 버튼을 누르게 했다. 연구자의 명령에 따라 이 남성에게 낮은 전압부터 높은 전압의 전기 충격을 주는 것인데, 65%가 사람을 기절시킬 정도로 강한 전기 충격을 가했다. 합법적인 권력에 기인한 명령이라고 판단하면 자주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토록 부끄럽고 잔인한 인간의 속내를 파헤치는 이유에 대해 심리학자인 저자는 자신뿐 아니라 더불어 사는 이웃과 사회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저자의 말대로 사람은 스스로 인식하는 것보다 더 신비로운 존재다.

흥미롭게 읽을 만한 책인데,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 유감이다.'이러한 결과의 패턴은 합리화가 지속성의 편견을 불러온다는 것을 암시한다'처럼 책 곳곳에 보이는 애매한 표현은 가뜩이나 복잡한 심리학을 더 어렵게 만든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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