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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6월 7일] 입시와 무관한 인성교육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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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6월 7일] 입시와 무관한 인성교육 성공할까

입력
2013.06.0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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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소년들의 탈선행위가 학교폭력과 따돌림 등으로 비화되면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외부인들의 교문출입을 통제하고 학교에 폐쇄회로(CC)TV설치나 담장을 높이는 방안이 추진돼 왔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학교에서 지식교육에 앞선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교육부는 지난해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인실련)을 출범시켰다. 21세기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회성, 감성, 도덕성을 고루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 학교와 가정이 함께하는 범국민 실천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일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전국 대도시들에서는 '인실련' 지부의 창립행사가 연이어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각종 화환들이 즐비하고 참석한 인사들의 면면 또한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지역사회 유력인사들의 집합체가 형성되고, 마치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출정식을 방불케 한다.

문제는 인성교육 실천을 위한 화려한 출범식과는 달리 학교현장에서 제기되는 건 단 하나, "선생님, 인성교육이 대학입시에 반영 되나요?" 이것 뿐이라는 점이다. 인성교육의 필요성은 저명인사들의 결사체가 아니라 학생과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있다. 그런데 정작 인성교육을 받아들여야 할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사는 온통 대입시에 쏠려있으니 인성교육을 추진해야 하는 일선학교들의 입장은 문자 그대로 진퇴양난일 수밖에 없다.

인성교육의 유용성은 비단 초ㆍ중ㆍ고교 현장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인성교육을 강화할 경우 "교수님, 인성교육이 취업에 반영 되나요?"를 묻는다. 이것이 시장적 가치를 지닌 자본주의 교육풍토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입시를 목표로 인성교육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한다. 대입시를 전제로 인성교육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대입시 제도를 활용하자는 주장도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일선 교육현장의 현실은 유용성이 담보되지 않는 인성교육을 뿌리내리도록 하기엔 토양이 너무 척박하다는 점이 따른다.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고개를 끄덕여도 정작 자녀들의 학교가 인성교육을 강화하려고 할 때 눈을 부라릴 수밖에 없는 것이 대입시를 앞둔 학부모들의 절박함이다. 도입 단계에서의 인성교육이 대입시나 입사시험 등 사회적 보상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오래 전 우리 사회에 봉사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대입시에 사회봉사 점수를 연계했을 때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봉사활동은 우리사회에 일상적 가치로 정착됐고,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산간오지까지 파고들지 않았는가. 이런 성공사례는 향후 인성교육 정책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초ㆍ중ㆍ고교의 교육이 대입시에 종속돼 있음은 매우 서글픈 일이다. 그러나 대입시 제도의 역기능을 활용하면, 빠른 기간에 인성교육을 뿌리내리게 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에 앞서 인성을 중시하는 사회풍토가 대입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취업에도 반영되길 바란다. 그래야 인성이 중심이 되는 대한민국,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인성교육을 주관하고 있는 교육부가 행정력을 발휘하고, 대학교육협의회가 나서서 각 대학의 입학처장, 입학사정관들의 동참을 유도해 대입시에 가시적인 인성교육 반영 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초ㆍ중ㆍ고교 교육현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주기를 기대한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학교현장에 추상적 단계로 머물러 있는 인성의 덕목을 체계화시키고, 학생들의 학교급별 '인성교육표준화' 내지는 '인증제도'를 정착화 시켜 나가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인성교육에 시간을 할애하는 학교의 졸업생들이 대입시 경쟁에서 손해 볼 수 있다는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그 일이 급선무다.

오성삼 인천 송도고 교장 ㆍ전 건국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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