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를 정하는 최저생계비 산정기준이 제도 도입 이래 14년째 바뀌지 않아 실제 생계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대도시 수급자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생계비 소득환산율 등 기초생활수급비 산정기준을 총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국회예산정책처의 '기초생활보장사업의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가 도입된 2000년 이래 동일한 최저생계비 산정방식이 쓰이고 있다. 정부는 대도시∙중소도시∙농어촌의 소득 하위 40% 가구의 주거비∙식비∙교통비 등을 실측한 뒤 중소도시의 4인 가구 생계비를 최저생계비 기준으로 정해 수급비를 지급해왔다.
하지만 대도시 저소득층은 중소도시나 농어촌보다 최저생계비가 더 많이 들기 때문에 같은 급여혜택을 받더라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셈이다. 1999년 대도시의 최저생계비는 중소도시 대비 116.2%, 2004년 117.8%까지 높아졌고, 2007년에도 108.0% 수준이었다. 최저생계비에서 주거비 비중이 대도시(22.9%)가 다른 지역(중소도시 17.1%, 농어촌 7.1%)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수급대상 여부를 판정할 때와 수급비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소득환산율도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수급비를 줄 때 집, 저축, 승용차 등의 재산이 있으면 일정한 소득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이를 공제하는데 그 가치를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재산의 소득환산율은 6.26%로, 통장에 100만원이 있으면 월 6만6,200원의 소득이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해 1인 수급자는 수급비(현금급여) 월 46만8,453원(2013년)에서 6만6,200원을 뺀 액수를 받는다. 100만원에 대한 금융이자가 연간 3만4,000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22배 이상 과대계상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일반재산의 소득환산율은 4.17%, 주거재산의 소득환산율은 1.04%다. 이처럼 엄격한 소득환산율은 수급자가 되지 못하게 하고 현금급여를 최대한 적게 지급하려는 '밀어내기' 수단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지난해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자중 소득인정액 기준을 초과해 탈락한 신청자는 4만5,925명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탈락한 인원(1만2,852명)보다 3.6배 정도 많았다.
이채정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은 "2004년 이래 조정되지 않고 있는 소득환산율을 재조정하고, 주거급여(수급비의 약 20%)의 단가를 지역별로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임호근 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장은 "소득환산율을 시장에서의 수익률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다만 대도시의 높은 주거비 비중을 고려해 제도 개편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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