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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뚱뚱해" 굶기를 밥먹듯… 섭식장애가 생명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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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뚱뚱해" 굶기를 밥먹듯… 섭식장애가 생명 위협한다

입력
2013.06.0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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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임수현(22)씨의 별명은 '앤다이'다. 끊임없이(Endless) 다이어트(Diet)를 한다고 해서 친구들이 붙인 별명이다. 키 164㎝, 체중 42㎏인 임씨의 체질량지수(BMIㆍ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는 15.62㎏/㎡로 정상치(18~23㎏/㎡)에 한참 못 미치지만,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 졸업 사진을 찍기 전까지 모델 같은 몸매를 갖겠다는 게 목표다. 먹을 때마다 죄를 짓는 것처럼 느끼고 체중이 조금이라도 불면 어지러울 때까지 운동을 한다. 누가 봐도 정상은 아니다.

임씨처럼 저체중인데도 체중 증가를 두려워해 잘 먹지 못하는 신경성 식욕 부진, 3개월간 주 1회 이상 폭식에 이어 지나친 운동, 굶기 등의 보상 행동을 하는 신경성 폭식증 등 섭식장애를 앓는 여성들이 계속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섭식장애로 진료를 받은 여성은 2008년 8,428명에서 2012년 1만 379명으로 5년 새 23%나 늘어 같은 기간 남성 환자가 거의 늘지 않은 것(2,512→2,623명)과 대조적이다. 증상이 심각하지 않으면 병원을 찾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실제 환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밥 좀 적게 먹거나 이따금 폭식하는 것이 뭐 대수냐할 수도 있겠으나 섭식장애는 심각한 질환이다. 국내 환자에 대한 분석 자료는 없지만 외국에서는 치사율이 5.6%에 달해 정신질환 중 가장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단적인 체중 감소로 월경이 끊기고 체온이 떨어지며 탈수 증세를 보이다가 끝내 목숨을 잃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는 '가장 치명적인 정신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섭식장애의 주요인은 체형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벌인 '2011년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를 보면 체질량 지수가 높은 상위 15%를 제외한 정상 체중 여학생의 35.8%가 '나는 살이 찐 편'이라고 답했다. 체중을 줄리려고 시도한 여학생(45.5%)도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이 정도면 말라야 한다는 강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의대로 섭식장애는 '가장 우선 순위로 치료하고 예방해야 할 소아청소년 정신질환'인 셈이다.

특히 청소년기는 영양분을 거의 몸 안에 쌓아 놓지 않고 성장하는 데 쓰기 때문에 섭식장애는 큰 위협이다. 잘 먹지 못하면 심혈관계, 내분비계, 호흡기 등에 악영향을 끼쳐 장기와 뼈가 제대로 크지 못한다. 공부를 하느라 운동 대신 이뇨제, 변비약, 관장 등으로 살을 빼면서 체내 전해질 불균형을 가져와 쇼크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대부분 환자들이 '계속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는 탓에 이런 위험 상태가 장기간 유지되는 것도 큰 문제다.

전문가들은 신체에 대한 청소년기의 왜곡된 인식이 청ㆍ장년기까지 이어지므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박미정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저체중이 건강에 얼마나 위험한지 교육하고, 최근 체중이 정상에서 급격히 감소한 청소년을 선별해 관리하는 등 하루 빨리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매년 2월 마지막 주를 '국가 섭식장애 인식 주간'으로 정해 청소년들에게 신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교육을 하는 등 선진국에서 섭식장애 예방은 청소년 건강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자리잡고 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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