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준공된 지 15년 이상 된 공동주택은 현재 층수에서 최대 3개층까지 수직증축이 허용된다. 또 가구 수를 최대 15%까지 늘릴 수 있다. 이에 따라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아파트 밀집지역의 리모델링 추진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4ㆍ1 부동산대책의 후속 조치로 국회와의 협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방안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정부는 우선 공동주택의 리모델링 수직증축 최대 허용범위를 3개층으로 결정했다. 구조 안전에 문제가 없고 기초 등 주요 구조 보강이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저층일수록 상대적으로 하중 부담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14층 이하 공동주택은 최대 2개층, 15층 이상은 최대 3개층까지로 제한했다. 또 신축 당시 구조도면이 없는 경우 건축물의 안전성 등 노후도 파악이 어려운 만큼 수직증축을 불허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리모델링 사업비에 대한 주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가구 수를 기존 10%에서 최대 1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가구당 증축면적은 최근 중소형 주택 선호현상을 감안해 현행 기준(85㎡ 이하는 기존면적의 40% 이내, 85㎡초과는 30% 이내)을 그대로 유지했다.
국토부 김재정 주택정책관은 "수직증축의 최대 문제인 안전성 확보를 위해 지금처럼 2회의 안전진단을 실시하되, 이와는 별도로 전문기관이 건축심의, 사업계획승인 때 구조안전 검토를 2회 실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정부의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에 대해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분당 등 1기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노후 아파트단지의 리모델링이 활성화하면 부동산 시장의 단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가구 수 증가분 15%를 적용할 경우 잠실 등 서울 강남권과 1기 신도시에서 100~200가구 넘게 일반분양이 가능한 단지가 나온다"면서 "이 정도면 충분히 사업 추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지금처럼 일반분양 10%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15%까지 가구 수를 늘려 일반분양 할 수 있다면 1기 신도시 주요 단지를 위주로 리모델링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모델링 추진을 위해 조합설립 동의절차를 밟고 있는 분당신도시 느티마을 3,4 단지 리모델링추진위원회 김명수 위원장은 "수직증축이 허용된데다 일반분양 비율도 늘어 침체된 리모델링 시장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동산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시장을 활성화시키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부동산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던 2010년 전후로 이번 대책이 나왔다면 시장을 살릴 수 있는 호재였겠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 다소 늦었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일정 부분 시장 회복에 기여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 분당 등 주거환경과 투자가치가 뛰어난 일부 지역만 혜택을 보면서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리모델링을 하려면 최소 1억원이 넘는 개인 분담금이 들어가는데, 강남이나 1기 신도시 등 집값이 비싼 지역은 가능하겠지만 시세 상승의 기대감이 낮은 강북권의 노후주택은 높은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집값이 3.3㎡당 최소 1,800만원을 넘어야 사업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분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비와 이주비, 금융비용 등을 부담하고 재입주했을 때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리모델링을 추진할 것"이라며 "집값이 받쳐주는 지역이 아니면 사업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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