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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식 총재 “씨름의 세계화 지름길은 ‘비치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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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식 총재 “씨름의 세계화 지름길은 ‘비치 아시안게임’”

입력
2013.06.06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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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정말 씨름에 ‘미쳤다’. 씨름인 출신도 아닌데 씨름 명문고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발목이 잡혔다. 심지어 ‘사기꾼’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었음에도 여전히 씨름 세계화를 위해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윤명식(53) 세계씨름연맹 총재의 이야기다. 2008년 세계씨름연맹을 창립한 윤 총재는 7년간 개인 사업을 전폐하고 씨름을 위해서만 달려왔다. 제4회 월드씨름대회가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그는 씨름 세계화의 청사진을 밝히는 동시에 ‘지름길’까지 명확하게 제시했다.

▲25년간 시도조차 못한 세계화 첫 발

1983년 제1회 천하장사대회가 시작되면서 프로씨름이 태동했다. 5,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고유의 스포츠인 씨름은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민속씨름을 세계로 전파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였다. 한국씨름연맹과 대한씨름협회는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 별도의 단체를 만들려고 했지만 장벽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했다. 25년간 씨름인들이 이루지 못한 과업을 윤 총재가 해냈다. 윤 총재는 “신도헌 전 대한씨름협회장이 2007년 송아지를 사 들고 찾아왔다. ‘당신과 같은 열정이면 충분히 씨름을 세계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마음이 사로잡혔다”며 “세계연맹을 만들고 세계화를 위해 뛰었지만 돌아오는 건 ‘사기꾼’이라는 시선뿐이었다. 하지만 사기를 친 적이 없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지금까지 씨름 세계화에 매진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2008년부터 매년 3억원씩 자비를 털어가며 노력했음에도 ‘사기꾼’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잘 나갈 때 매년 70~80억원을 벌었던 사업가가 일까지 전폐하고 씨름에 목을 맸는데 정말 억울할 만했다. 그는 “씨름에서 손을 뗄까라는 생각을 수 백번도 넘게 했다. 진주상고를 나왔는데 씨름부를 후원하면서 인연이 시작됐고 부산씨름협회장을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후회와 미련이 생기는 게 당연지사지만 지금은 다 잊어버렸다. 지금은 씨름 세계화 생각 밖에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2018년 비치 아시안게임 겨냥

세계씨름연맹은 세계화만을 바라보고 2009년 국제레슬링연맹(FILA)에 가입 신청을 하는 성급한 판단을 내려 아쉬움을 샀다. 결국 FILA 가입은 수포로 돌아갔다. 윤 총재는 “벨트 레슬링이라든지 씨름과 유사한 종목들이 모두 FILA 산하 단체로 있었기 때문에 국제 단체에 가입하면 세계화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오로지 씨름이라는 종목으로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 ‘지름길’도 눈에 훤하다. 윤 총재는 “2008년 창립 때부터 생각했는데 씨름이 비치 스포츠로 가야만 승산이 있다. 2년 마다 비치 아시안게임이 열리는데 비치 발리볼 외에 인기 종목이 없다”며 “씨름은 모래 위에서 하고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충분히 비치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다. 우선 내년 부산 바다축제에 세계씨름대회가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관건이다. 바다축제에서 흥행성을 보여준다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청사진을 밝혔다.

▲‘파란 눈 여자 이만기’ 나오면 성공

비치 아시안게임 채택을 위해 회원국 확대가 선결 과제. 세계씨름연맹에는 37개의 회원국이 있고, 준회원까지 포함하면 총 48개국에서 씨름을 즐기고 있다. 윤 총재는 “내년까지 회원국을 60개로 늘리는 게 목표다. 그렇게 되면 IOC와 아시안게임 단체에서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 총재는 분명 씨름 발전과 세계화에 족적을 남기고 있다. 지난해 씨름진흥법의 국회 통과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윤 총재는 2011년 1월부터 3개월 동안 매주 2, 3차례씩 국회의원 회관을 찾아가 국회에서 씨름 세계화 방안 토론회 개최를 통해 씨름진흥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는 “씨름진흥법이 통과됐지만 지금부터가 정말로 중요하다. 씨름 관련 단체들이 힘을 모아야만 세계화도 이뤄질 수 있다. 씨름은 한국 고유의 스포츠로 민족의 얼과 숨결이 깃든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태권도에 이어 씨름이 한국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에서 씨름 강습회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데서 희망을 찾고 있다. 그는 이만기와 같은 기술을 쓸 수 있는 늘씬한 외국 여자 선수가 나와야 진정한 씨름의 세계화라고 못 박았다.

프랑크푸르트=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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