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리뷰] 영화 '에브리데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리뷰] 영화 '에브리데이'

입력
2013.06.05 12:09
0 0

하루하루가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냥 모든 걸 확 놓아 버리고 싶은 순간, 그래도 버텨내야 하는 게 생이다.

'에브리데이'는 5년 동안 감옥에 갇힌 남편과 그를 기다리는 가족의 일상을 그린 영화다. 수감된 남편 이안을 대신해 낮에는 마트에서 밤에는 펍에서 일하는 카렌은 주말이면 아이들을 이끌고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교도소를 찾아가 면회를 한다.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고된 나날을 묵묵히 살아가지만, 5년은 4남매의 엄마로 홀로 견디기엔 벅차다. 눈물로 배갯잇을 적셔가며 가족이란 이름으로 버텨온 시간이다.

'에브리데이'는 항상 새로운 장르로 이슈를 만들어 온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이 또 한번 파격적인 형식을 시도한 작품이다. 스토리상 5년의 시간을 실제 그 기간에 걸쳐 담아냈다. 영화 속 4남매는 실제 남매고, 촬영한 집과 학교도 이 아이들이 살고 다니는 곳이다. 이야기 구조와 부모 역을 맡은 배우를 제외하곤 영화 자체가 실제의 삶과 거의 같다. 실존하는 한 가족과 5년을 함께 한 영화는 덕분에 다큐멘터리 같은 리얼함을 담아냈다. 카메라 앞에서 5년을 보낸 천진난만한 4남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흐뭇한 일이다.

핸드 헬드 위주의 거친 화면으로 담은 일상이 지루할 법도 한데 중간중간 나오는 아름다운 음악과 그림 같은 풍경이 스크린을 풍성하게 채운다. 영화 '피아노'에 참여했던 마이클 니먼의 음악은 시간이 흐름에 따른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섬세한 선율로 표현해낸다. 특히 면회나 특별외출을 마친 이안이 감방에 돌아왔을 때 장엄하게 연주되는 음악과 곧이어 펼쳐지는 영국의 사계절을 담은 아름다운 풍경은 그의 절절한 회한을 더욱 깊게 울리게 한다.

영화는 질긴 일상을 버텨 끝내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 시간과의 버거운 싸움을 이겨낸 사랑에 대한 보상이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쉽게 자리를 뜰 수가 없다. 그 묵직한 여운은 영화가 리얼하게 담아낸 시간의 무게 때문일 것이다. 13일 개봉.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