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세상에는 좋은 문학과 나쁜 문학이 있는 게 아니고, 이상한 문학과 그렇지 않은 문학이 있을 뿐이다. 이 생각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문학은 이상할수록 매력적이다. 특히 시는 이상하지 않으면 아무런 매력이 없다.
시가 국민 교양이 되어가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곳곳에서 시 창작 교실이 성행하고, 시 전문지가 창간되고, 아마추어들의 창작 동아리가 활발해지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도 대학 입학을 위한 백일장과 문예 특기자 전형의 중심에 시가 놓인다. 족집게 과외처럼 시 선생들이 암약하고 있다. 바야흐로 시가 수요되고 소비되는 것이다.
나 역시 출판인으로서 시의 대중성에 관심이 많은데, 이와 같은 흐름을 어떤 콘텐츠로 수용할 것인가를 놓고 목하 고민 중이다. 며칠 전 박진성 시인과 대화를 하다가 그가 같은 걸 내보면 어떻겠느냐고 하길래, 속으로 아 그거 정말 그럴듯한 발상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1년에 두 번 정도 내도 좋겠다 싶다. 그런데 선정위원 위촉부터 해당 시의 재수록 청탁과 저작권 및 출판권 양해 등 복잡한 절차를 감당하는 게 쉽지 않다. 문학 메이저 출판 브랜드들은 이런 기획물을 진행할 때 상호 양해하고 협조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내가 이끌고 있는 신생 브랜드는 이런 걸 기대하기가 어렵다. 결론 없는, 갑돌이 잠꼬대 같은 얘길 했다.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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