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의 대표적 금융사인 BS(부산은행)금융지주 이장호(사진) 회장에게 금융감독원이 "장기집권의 폐해가 크다"며 사실상 퇴진을 요구해 '관치' 논란이 일고 있다. 법이 허용한 제재 절차를 넘어 민간 회사 최고경영자(CEO)의 거취까지 압박하는 것은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금융사는 일반 제조업체와 다르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이 회장은 "당장 물러날 뜻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실시한 BS금융지주와 부산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검사 결과 BS금융지주는 금융위원회에 사전 보고 없이 임직원을 겸직시켰고 부산은행은 직원의 차명계좌 운용, 고객신용정보 부당 조회 등이 적발돼 20여명이 정직, 감봉 등의 징계를 받았다.
금감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회장의 장기집권을 지목했다. 부산상고와 동아대를 졸업한 뒤, 1973년 부산은행에 입행한 이 회장은 2006년부터 부산은행장을 2연임했고 작년 3월부터는 지주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이 회장이 BS지주와 자회사 임원 54명 중 24명은 물론, 부산은행 부서장과 핵심 점포 지점장(1급)의 57%를 자신의 모교 출신으로 채웠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지주 출범 후 자회사 CEO 6명도 규정에 정해진 전문가 조언 없이 회장 혼자 추천했다. 금감원은 BS지주에 제대로 된 CEO 승계 프로그램이 없어 내년 3월 임기만료 후에도 이 회장이 연임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에게 명시적으로 퇴진을 요구한 바 없으며 그럴 권한도 금감원엔 없다"면서도 "다만 이 회장의 장기재직에 따른 리스크 요인이 더 커지기 전에 거취를 알아서 판단해 달라고 전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각의 관치 논란과 관련 "같은 민간회사라도 예금이 자산의 대부분인 은행은 일반 제조업체와 달리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의 이런 움직임에 부산은행 노조 등은 관치 금융이라며 즉각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 회장은 이날 "과거 부산은행 입행자의 절반이 부산상고 출신이었던 만큼 간부급의 비중이 높은 것은 특별할 것이 없는 현상"이라며 "현재 진행중인 경남은행 인수 문제가 마무리되면 더 이상 회장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즉각 퇴진할 뜻은 없음을 밝혔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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