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프랑스 오픈테니스에서 프랑스 선수가 남자단식 챔피언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코트위의 알리’ 조 윌프레드 송가(28ㆍ랭킹8위)가 강력한 우승후보 로저 페더러(32ㆍ스위스ㆍ3위)를 꺾고 대회 준결승에 올랐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1983년 야닉 노아를 마지막으로 지난해까지 자국 출신 챔피언을 배출하지 못했다.
송가는 5일(한국시간) 프랑스 롤랑가로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페더러를 세트스코어 3-0(7-5 6-3 6-3)으로 완파했다. 2008년 가엘 몽피스(27ㆍ81위) 이후 프랑스 남자 선수로 이 대회 4강에 오른 것은 송가가 처음이다.
송가는 다비드 페레르(31ㆍ스페인ㆍ5위)와 결승진출을 다툰다. 페레르가 상대전적 2승1패로 앞서있지만 송가가 홈코트의 잇점을 살린다면 승산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송가는 “많은 신무기를 장착해 놓아 페레르를 이길 수 있다. 특히 서브에선 내가 훨씬 강하다”라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아프리카 콩고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송가는 핸드볼 선수 출신인 부친의 운동신경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일찌감치 테니스에서 발군의 재능을 보였다. 2003년 US오픈 주니어 단식 우승을 비롯해 3개 메이저대회 모두 4강에 올랐다. 주니어 랭킹 2위로 2004년 프로에 데뷔한 송가는 그러나 그 해 말 디스크 부상 등이 겹쳐 제동이 걸렸다. 2년 가까이 재활을 거쳐 복귀한 송가는 2008년 호주오픈에서 결승까지 오르는 깜짝 활약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번번히 메이저 우승권을 맴돌았으나 그때마다 노박 조코비치, 라파엘 나달, 앤디 머레이 등 ‘빅4’에 밀려 4강은커녕 8강권 진입도 힘겨워 보였다.
앞서 송가의 메이저대회 4강은 2011~12년 윔블던이 ‘유이’했다. 포핸드는 세계 최정상권이었지만 양손 백핸드가 약점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가는 이번 대회 백핸드가 눈에 띄게 안정됐고 190㎝에 가까운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공할 포핸드 샷이 사각의 코너를 파고들면서 무실세트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이날 페더러와의 경기에선 원핸드 백핸드 다운더라인 공격도 몇 차례 성공시키기도 했다.
송가는 경기 후 “‘프랑스오픈 우승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매 경기 집중하는 것이다”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승기는 페더러가 먼저 잡았다. 페더러는 1세트 송가의 세 번째 서브를 브레이크 하면서 게임스코어 4-2로 벌렸으나 송가가 4-4 균형을 맞춘 뒤 게임을 뒤집었다. 2세트는 송가의 일방적인 페이스. 송가는 게임스코어 4-1로 앞서나가 페더러의 추격의지를 꺾어 놓았다. 3세트는 각각 상대의 첫 서브를 브레이크 하는 난타전을 펼쳤지만 송가가 페더러의 4,5번째 서브를 자신의 점수로 연결해 대미를 장식했다. 하지만 전적에선 여전히 4승9패로 뒤져 있다.
한편 페더러가 세트스코어 0-3으로 무너진 것은 이번이 4번째다. 페더러는 앞서 조코비치에게 3번(2012 프랑스오픈, 2008ㆍ2011 호주오픈), 나달(2008 프랑스오픈)에게 1번 완패했다.
특히 이날 송가에게 1시간51분만에 무릎을 꿇은 것은 2008년 이 대회 결승에서 나달에게 1시간48분만에 물러선 이후 두 번째로 최단 시간이어서 체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결국 16강전에서 질 시몽(29ㆍ프랑스ㆍ18위)과의 풀세트 접전이 독이 된 셈이다. 페더러는 이로써 메이저대회 연속 4강권 합류도 2005년 호주오픈 이후 지난 1월 호주오픈까지‘33’에서 멈추고 말았다. 페더러는 기자회견에서“참담하고 실망스럽다”면서도 “이 일도 금방 잊을 것”이라고 마음을 달랬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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