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혹한으로 경북 지역 과수농가의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경북도가 늑장 피해조사에다 보상규모도 미미할 것으로 알려져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혹한으로 영천 500㏊, 김천 380㏊ 등 2,000㏊ 복숭아와 자두, 포도 등의 과수나무가 동사했다. 특히 복숭아 등 일부 작목은 재래종은 멀쩡한데 지자체의 권유에 따라 심은 품종만 동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농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달 초 찾아 본 영천시 임고면 효리 복숭아밭은 황폐 그 자체였다. 잎과 새순이 무성하게 뻗을 때이지만 일대 복숭아밭 대부분은 앙상한 나뭇가지를 드러내고 있다. 어쩌다가 잎이 난 곳도 열매는 없고 가지가 웃자라기만 했다.
농민들에 따르면 이 같은 동해는 '경봉' 품종에 집중되고 있다. 이 지역 경봉의 80% 이상이 동해를 입었다. 경봉은 경북도 복숭아시험장과 영천시가 10여년 전부터 당도가 높은 우수 품종이라며 재배를 장려한 품종이다. 반면 일부 남은 종전 품종은 동해가 거의 없었다.
10년 전 7,000여㎡의 밭에 경봉 품종을 심은 김모(63)씨는 동해로 대부분 얼어 죽자 최근 모두 베어 내고 방치하는 등 향후 농사 자체를 포기하는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농민들은 "신품종 보급도 좋지만, 최소한 내한성 등 현지 적응성이라도 확인했어야 하지 않느냐"며 당국을 원망했다.
국내 최대 포도산지의 하나인 김천도 캠벨 품종을 주로 재배하다 수년 전부터 당국의 권유로 '자옥'이라는 신품종으로 발 빠르게 수종을 갱신하다가 직격탄 맞았다. 일부 가지가 마른 나무는 뿌리에서 새 순이 돋는 경우도 있지만, 접목부위 아래에서 나는 순은 쓸모가 없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대다수 농민은 동해피해 여부를 알기 어렵던 지난 봄 출하용 상자와 농약, 비료 등 1년 치 농자재를 외상으로 모두 구입해 둔 상태여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김광태(68ㆍ김천시 어모면)씨는 "올 매출 1억 원을 기대했는데, 완전 망했다"며 "지금 새 묘목을 심어도 수확이 가능한 5년간 해마다 비용이 들 수밖에 없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주지 않는 한 파산"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경북도는 뒤늦게 지난달 27일 영천시 등 16개 시∙군에 '과수 동∙상해 피해 정밀조사 실시'공문을 내렸다.
경북도 관계자는 "통상 과수는 날씨에 따라 일부 얼어 죽는 등 동상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 정식보고는 하지 않았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농가에 묘목 값 지원 등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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