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삼성만큼 단기간에 세계정상에 오른 기업은 없다. 신경영 이전 미국 저가백화점에서조차 퇴짜를 맞던 삼성TV는 20년이 지난 지금 소니를 제치고 주요 매장 맨 앞에 배치돼 가장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약적 성과에도 불구,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첫 번째는 과도한 쏠림 현상. 삼성은 갈수록 삼성전자화되고 있고, 삼성전자는 갈수록 모바일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삼성그룹 총 매출 380조원 중 삼성전자가 201조원을 만들어냈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모바일 매출이 108조원이었다. 삼성전자 한 사업부인 모바일이 그룹 전체 매출의 4분의1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삼성전자 이외 계열사에선 '삼성전(前)자가 아닌 곳은 다 삼성후(後)자'란 농담 섞인 자조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모바일이 승승장구하는 건 좋지만 거꾸로 모바일이 부진해지면 그룹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며 "쏠림현상은 리스크증가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반도체 및 모바일의 뒤를 이을 미래먹거리 발굴이 생각보다 부진한 것도 문제다. 삼성은▲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의료기기를 5대 신수종분야로 선정, 집중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어 그만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 글로벌화에 성공한 제조업과 달리, 금융부문은 '우물 안 개구리'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숙제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들은 국내에선 대부분 1위 등극에 성공했지만, 글로벌 무대진출은 사실상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에 금융의 DNA는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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