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추위에 포도나무가 다 얼어 죽었습니다. 올해만이 아니라 앞으로 몇 년은 농사를 포기해야 합니다. 경북도가 뒤늦게 와서 실태를 파악한다고 법석인데, 하면 뭐 합니까. 기껏 묘목 값 몇 푼밖에 안 나올 텐데요. 농민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합니다."
김천시 어모면 다남리에서 32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이병만(70ㆍ사진)씨. 그는 경북도의 뒤늦은 과수 동상해 피해조사에 불만을 터뜨렸다. 그 동안 농민들의 보상 요구를 외면하던 경북도가 여론이 악화하자 뒤늦게 실태조사에 나선 것이 마뜩잖다.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겨울 강추위로 포도 자두 등의 피해가 예상됐지만 손 놓고 있다가 언론보도를 통해 이목이 집중되자 부랴부랴 조사에 나섰다"며 "상당수 농가가 도산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많은 농민들이 농약과 비료 등 각종 농자재를 외상으로 구입, 작물을 수확한 뒤 갚는 실정인데, 농사를 망쳤으니 외상값과 빌린 영농자금 상환부담으로 줄도산이 벌어진다는 설명이다.
또 지금과 같은 식의 실태조사는 농민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수농사는 나무가 얼어 죽으면 새로 심어 수확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리는데, 동상해 재해보상은 기껏 어린 묘목 값 보상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해 구미공단 불산 사고는 사고는 유발자가 있어도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의 영업보상까지 했는데, 이보다 더한 천재지변에 묘목 값만 주는 것은 농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하소연했다.
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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