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2월 25일 취임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그리고 '문화융성'을 통해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 갈 것임을 밝혔고, 또 3ㆍ1절 기념사에서는 문화를 통해 국민이 하나가 되고 세계인이 함께할 수 있는 '문화융성'의 시대를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서 필자는 "문화가 융성해야 비로소 국민이 행복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 대한민국은 분명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된 것은 사실이나, 역설적이게도 국민들은 별로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역규모 1조 달러,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등으로 '20-50클럽'(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의 경제강국에 진입했다고는 하지만, '행복 지수'로 표현되는 국민의 삶의 질과 만족도는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4위에 그치고 있다.
왜 그럴까?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양극화와 소외의 문제, 나아가 소위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붕괴 등의 문제가 문화적 차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갑을 관계' 논쟁, '을의 반란', '조세도피처' 논란 등의 밑바닥을 살펴보면, 소위 '지도층'이라는 분들이 갖고 있는 권력, 부, 명예의 '사회적 정당성'이 사실상 깡그리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 이념, 세대 간의 갈등이 '상호조롱'의 수준으로 확대되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 부정부패의 만연, 차별과 불평등 등의 다양한 사회 문제는 우리 사회를 분노, 불안, 불통의 '피로 사회'로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를 이러한 피로 사회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를 '문화융성'의 사회로 만드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다. 지금까지의 발전모델이나 산업화 시대적 각종 처방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물질만으로 채워질 수 없는 삶에 만족을 줘서 개인의 행복 수준을 높이고, 국가 경제의 원동력이 되며, 사회 구성원의 마음을 열게 한다.
문화는 '고용 없는 저성장' 상황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을 통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대표적인 산업이 되고 있다. 스티브 잡스도 이야기 했듯이, 이제 예술과 과학은 두 가지 별도의 영역이 아니다. 과학 및 기술은 예술 및 인문학과 결합해서 인간의 깊숙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휴머니티를 반영해야만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창출할 수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발휘되면서 성공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도 귀중한 정책사례다. 20여 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하여 연간 52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모이는 아주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시장 살리기 사업이 유명하다. 경기 수원 못골시장, 전북 전주 남부시장 등의 전통시장은 지역특성에 상인들 각각의 개성 있는 스토리를 더해, 사람 냄새 나고 문화가 살아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지역주민들이 찾고 즐기는 명소가 되었다.
나아가 사회의 각 현장에서 '문화의 옷 입히기'를 통해 문화융성을 실천할 수 있다. 산업자재 폐기물 등을 악기로 재활용, 공연을 통해 환경보호의 메시지를 전하는 에코퍼포먼스그룹이자 공공적 문화예술 기업인 '노리단'이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학교폭력이 빈번했던 강원 지역의 모 고등학교의 경우 폭력 학생들이 직접 뮤지컬을 제작하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칭찬과 박수를 받으면서 긍정적으로 변화한 사례도 있다.
결국, 문화융성은 특정 정부 부처의 국정과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문화를 누리고 실천하는, 문화융성의 사회로 변화됨으로써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모두를 달성할 수 있다. 김구 선생께서 오래 전 지적한 바와 같이,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과 남을 행복하게 하는 근원이다. 문화가 융성해야 국민이 행복하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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