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는 52.0%에서 높게는 65.4%. 취임 100일을 맞은 박근혜대통령 국정운영지지도이다. 대단하다. 그 많은 잘못과 실수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라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여기저기서 갑자기 좋은 소리들도 나오고, 인터넷 상에는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다 너희들 같은 줄 알았지' 하는 투의 글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걱정이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평가받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행여 이대로 가도 되는 걸로 착각하거나, 잘못을 잘못 아닌 걸로 고집할까 봐서이다. 빤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직설로 못된 소리 몇 마디 해 두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사실 대통령이나 정부 그 자체로 보면 지지율이 그 정도로 나올 이유가 없다. 먼저 인수위부터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당선인은 가끔 얼굴을 내미는 수준이었고, 위원들도 당선인의 의지나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아는 것 같지 않았다. 당연히 결과도 그저 그랬다.
그리고 연이은 인사파동에 정부조직 개편 싸움, 정부는 몇 달간 문을 닫다시피 했다. 또 청와대 대변인의 성희롱 사건까지, 모두 대통령이 그 원인을 제공한 사건들이었다.
정책도 문제가 없지 않다. 취임 100일에 뭘 크게 기대하겠나마는 그래도 요동치는 세상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인지 알았으면 했다. 그런데 이게 명확하지 않다. 경제정책은 돈 풀고 금리 인하하고 부동산 건드리는 고전적 틀에 머물고 있다. 산업정책도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창조경제'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정부가 해 오던 일과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더 중요한 것은 리더십스타일이다. 대화보다는 지시가 많고, 그 지시는 공직사회의 능동성을 떨어뜨릴 정도로 자세하다. 수평적인 조직 간의 횡적 협력은 약화되고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수직적 지휘체계는 강화되는 느낌이다. 그야말로 '창조'가 강조되는 상황에 있어 좋은 징후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 52.0%에서 65.4%까지의 지지율은 뭘까? 어려울 것 없다. 그 상당부분이 대통령이나 정부 밖의 요소로부터 온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박 대통령의 얼굴에 겹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많은 잘못과 실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박 대통령이 잘 할 것이라 믿는다. 정확한 근거는 없다. 아버지가 그 정도 했으니 자식도 그 정도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가 지지로 연결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북한과 일본 변수다. 핵문제 관련된 북한의 행동과 민족감정을 건드리는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망언이 국민적 일체감을 자극하고 있다. 이 또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정부에서건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상승했다. 특히 북한의 핵문제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다행히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대통령과 정부가 그런대로 큰 실수 없이 잘 대처해 오기도 했다.
대통령이나 정부 외적 요소에 의해 지지도가 유지되는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갈까? 이런저런 일이 잘 풀리고,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면 제법 오래 갈 것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환경이나 정부의 내공 등을 생각할 때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실질적 성과를 따질 때쯤이면 이미지 분리가 이루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박 전 대통령은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다. 지속적인 비교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과 일본의 영향 또한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시 노파심에서의 이야기이다. 우리 모두 제대로 물어 보았으면 한다. 박근혜에서 박정희를 빼고, 거기서 다시 북한 등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대통령이나 정부, 그리고 여당은 더욱 그렇다. 제대로 묻고 제대로 답해야 한다. 이 왜곡된 지지도를 자신들의 것으로 생각하는 순간,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지금의 잘못을 가볍게 생각하는 순간 자신들은 물론 나라 전체가 불행하게 된다.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