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배 문제에 앙심을 품은 30대 남성이 부모와 형이 살고 있는 집에 불을 질러 형과 어린 조카 3명이 숨졌다. 이 남성도 중화상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4일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30분쯤 경기 의정부시 고산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강모(41)씨와 강씨의 딸 셋(10, 7, 4) 등 일가족 4명이 숨졌다. 강씨의 동생(32)도 전신에 2~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나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집 안에 함께 있던 강씨의 어머니 임모(59)씨와 강씨의 부인 장모(37)씨는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불은 집 내부 99㎡와 가재도구 등을 모두 태워 2,50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40여분 만에 진화됐다.
경찰은 강씨가 숨진 방 안에서 휘발유통과 라이터가 발견됐고 이날 오전 3시30분쯤 동생이 포천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 형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이 차량용 블랙박스에 녹화돼 있는 점 등으로 미뤄 평소 재산분배에 불만이 있던 동생이 술에 취해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포천시내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동생은 최근 장사가 잘 안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부모가 불이 난 단독주택 외에 자신이 사 준 의정부의 아파트도 형에게 모두 물려주려 하자 불만을 품고 가족들과 1년 가량 연락을 끊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집에 도착한 동생이 거실에서부터 휘발유를 뿌리며 형이 있는 안방으로 들어간 뒤 잠이 깬 형과 다투다 불을 붙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자고 있다 다투는 소리에 밖으로 나온 강씨의 부인과 어머니도 팔과 등에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강씨의 아버지(68)는 의정부 모 시장에서 밤샘 경비 일을 하고 있어 화를 면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생이 평소 '부모님에게 아파트를 사 드렸는데 그것을 모두 형에게 주려 한다'며 크게 불만을 가져왔던 것 같다"며 "하지만 실제 부모가 모든 재산을 형에게 물려주려 했는지, 동생이 그렇게 오해를 한 것인지는 가족들을 상대로 더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김기중기자 k2j@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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