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 출범 이후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의 지속으로 60% 이상 폭등했던 일본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달 7%대 폭락을 겪은 후 하루 이틀을 주기로 3~5%대 계단식 폭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엔ㆍ달러 환율이 한달 만에 심리적 지지선인 100엔 이하로 떨어지는 등 엔화 약세도 조정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아베노믹스 효과에 대한 불안감으로 각종 악재가 불거지면서 양적완화 정책이 붕괴 위기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 도쿄증시 니케이평균주가는 271.94포인트(2.05%) 오른 1만3,533.76에 마감했다.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한때 1만3,060.94까지 추락했으나 미국의 제조업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아 양적완화 조기 축소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날 하락폭(3.72%)을 만회하진 못했다. 일본 증시는 지난달 23일 7.32% 폭락한 이후 ▦27일 -3.22% ▦30일 -5.15% ▦6월 3일 -3.72% 등으로 소폭 오르고 다음날 급락하는 '계단식 폭락'을 반복하며 1만3,0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 증시의 폭락에 대해 "일본은행이 시장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시장에선 아베노믹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차익 실현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승영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엔저 지속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일본 주가가 급등하면서 일종의 거품이 껴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이 더 이상의 기대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일본 증시의 추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도 주가 폭락이 아베노믹스의 근간을 흔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아베 정권의 양적완화는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고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주가가 떨어질 경우 '주가 하락->엔고->주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에 빠져 결국 아베노믹스가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큰 것이다.
실제 엔ㆍ달러 환율은 100엔을 돌파한 지 약 1개월 만인 3일 뉴욕외환시장에서 100엔 이하로 떨어졌다. 엔화는 지난해 하반기 달러당 70엔대에 불과했으나 지난달 100엔 선을 넘으며 가치가 25%나 떨어진 상태다. 시장에선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연말에 110엔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으나, 최근 엔화 강세로 돌아서면서 90엔대 초반을 점치는 의견이 많다.
최근 2개월 새 2배나 폭등한 일본 국채금리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4월에만 해도 연 0.46%에 불과했던 국채 10년물 금리가 지난달 23일 장중 한때 연 1.0%까지 치솟았고 현재도 0.8%대를 기록 중이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6조6,000억엔(약 73조원)씩 손해 보는 구조여서 금리 상승은 대규모 양적완화를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아베노믹스가 이처럼 흔들리는 데 대해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과 한계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잇단 일본 증시의 폭락으로 '2% 물가, 2% 성장' 등 강한 목표를 제시했던 아베노믹스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이달 중 세 번째 양적완화 정책인 '성장전략'을 내놓아도 강한 인상을 주기 어렵고, 만일 발표하지 않으면 정책의 후퇴로 인식 될 수 있어 100엔 이상 환율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식으로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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