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경찰이 용의자의 DNA를 채취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3일 판결했다. 대법관 9명 중 5명은 이날 유죄 선고가 나지 않은 용의자의 DNA를 채취하는 것이 수정헌법 4조(불합리한 체포와 수색 금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경찰이 상당한 근거에 기반한 중범죄 용의자를 체포했을 때 면봉으로 볼 안쪽의 DNA를 채취해 분석하는 것은 지문을 뜨거나 사진 촬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정헌법 4조에 위배되지 않는 합법적인 수사 절차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2009년 메릴랜드주에서 폭행 혐의로 체포된 알론조 킹의 DNA를 경찰이 채취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킹의 DNA를 분석한 결과 2003년 미제 강간 용의자의 DNA와 일치한다며 그를 강간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메릴랜드주 항소법원은 4월 기소 전 용의자의 DNA를 채취하는 것은 수정헌법 4조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로 2심 판결은 파기 환송됐다.
이번에 반대 의견을 낸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이번 판결은 DNA 채취를 신원확인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가는 어떤 이유에서라도, 심지어 부당하게 체포됐어도 DNA를 채취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자유헌장을 쓴 자랑스러운 이들이 국가를 위해 우리의 입을 열라고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의 스티븐 샤피로 법률 담당자는 “대법원 판결은 혐의를 받지 않는 범죄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해 경찰이 수색해서는 안된다는 기존 수사 방침을 깬 것”이라며 “개인 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와 26개주는 흉악범은 영장 없이 DNA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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