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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스크에 미국 외교 문서 수십만건 폭로한 매닝 일병 3년 만에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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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스크에 미국 외교 문서 수십만건 폭로한 매닝 일병 3년 만에 재판

입력
2013.06.0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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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미군이 이라크 민간인들을 살상한 뒤 조롱하는 비디오와 수십만 건의 미국 외교전문 및 군사기밀을 넘겨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브래들리 매닝(25) 일병에 대한 재판이 3년 만에 시작됐다.

3일 메릴랜드주 포트미드 군사법정에서 열린 공판에서 검사는 “(테러 조직 알카에다를 이끈) 오사마 빈 라덴의 손에 군사 기밀이 들어가게 했다”며 간첩죄와 반역죄 등 22가지 기소 내용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매닝 측 데이비드 쿰스 변호사는 “매닝은 젊고 순진하며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라며 “세상에 무엇인가 좋은 일을 해보고 싶은 군인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매닝이 동성애자로서 군에 적응하려 노력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매닝은 군사 정보 분석가로 복무하며 하루 14시간 기밀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었다. 그는 2007년 이라크에서 미군 아파치 헬기가 기관포로 로이터통신 기자와 어린이 2명을 포함해 12명을 사살한 비디오를 2010년 4월 위키리크스에 제공했다. 이를 통해 적군으로 의심할 정황이 부족한데도 사살을 하고 총에 맞은 사람이 민간인이라는 점이 밝혀진 후에도 시신을 조롱하는 미군의 목소리가 그대로 공개됐다. 매닝은 또 매일 전세계 미국 대사관에서 올리는 정보보고와 군사기밀 등 수십만건의 기밀을 CD에 담아 위키리크스에 제공했다. 매닝은 2월 사전심리에서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지른 인명 경시와 피에 굶주린 만행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간첩죄, 반역죄가 인정되면 종신형이 불가피하며 기밀문서 불법소지 및 외부 무단반출 등 10가지 혐의가 인정되면 20년형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은 “매닝이 유출한 아프간전 보고서 등을 빈 라덴이 입수했다는 증거를 향후 재판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매닝의 변호인은 “매닝은 수억건의 기밀문서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아파치 헬기 사건 같은 것만 취사선택했다”며 “옳은 일을 하고자 한 인본주의자”라고 반박했다.

매닝의 지지자들은 매닝의 행위로 튀니지 정부에 대한 미국의 불만 등이 공개되면서 ‘아랍의 봄’을 이끈 중동의 민주화 시위가 촉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재판은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민권 운동가인 코넬 웨스트 프린스턴 대학교수 등 20여명의 매닝 지지자들이 방청했다. 이들은 “정부가 협소한 법정을 잡아 매닝이 실제보다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게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세계 인권단체들은 매닝의 첫 재판이 열리는 이번 주를 ‘매닝의 자유를 위한 평화행동주간’으로 정해 주요 도시에서 매닝의 석방을 위한 활동을 가졌다. 한국에서도 인권연대, 나눔문화 등 시민단체들이 서울 세종로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닝은 체포된 지 1,000일이 넘도록 재판 없이 불법 구금 상태에서 혹독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매닝에 대한 불법고문을 중단하고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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