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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 경쟁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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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 경쟁 뜨거워졌다

입력
2013.06.0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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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장을 가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혹시, 루키 전인지 아세요. 정말 잘 치던데요. 머지 않아 우승할 것 같아요."

전인지(19ㆍ하이트진로)는 올해 KLPGA 정규 투어에 데뷔한 루키다. 하지만 새내기답지 않다. 올해 출전한 6개 대회에서 모두 컷을 통과했다.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선 5위에 이름을 올리더니,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신인이지만 상금 랭킹 10위(1억694만원)다. '슈퍼 루키' 김효주(18ㆍ롯데)와 신인왕을 다툴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대형 신인의 등장이다. 지난 2일 이천 휘닉스 스프링스 골프장에서 열린 E1 채리티 오픈을 16위로 끝낸 전인지를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욕심 많은 아가씨

전인지는 외유내강(內柔外剛)형이다. 겉모습은 순둥이지만 골프에 관해선 악바리다. 특히 승부욕이 강하다. 누구에게도 지는 것을 싫어하는 전형적인 승부사 기질을 타고났다.

전인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아버지 전종진(54)씨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그는 골프를 처음 배울 당시 "300개 밖에 못 쳤네"라는 레슨 프로의 말에 자극을 받았고, 결국 이 일을 계기로 골프 선수로 성장했다.

"'그것 밖에 못하냐'는 프로님의 말에 승부욕이 생겼어요. 1분도 쉬지 않고 3시간을 훈련했어요. 손에 물집이 생기고 난리도 아니었죠. 아빠는 그 모습을 보고 운동을 시켜도 되겠다고 판단을 하셨데요."

전인지는 지난달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장하나(21ㆍKT)와 결승전을 펼쳤지만 아쉽게 정상에 서진 못했다. 4강전에서 연장 승부를 벌인 뒤 점심도 거르고, 20분 만 쉬고 결승전에 나선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 대회 준우승으로 골프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확실하게 알렸다.

전인지는 '지금 성적에 만족하냐'는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만족할 수 없다. 한두 대회 잘 하는 선수가 아닌 꾸준하게 잘 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올해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컷을 통과하는 것이 목표다. 꾸준하게 치다 보면 우승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골프하고 15㎝가 컸어요"

전인지는 골프 선수로서 모든 것을 갖췄다. 완벽한 신체 조건, 강한 정신력과 승부욕, 침착한 플레이 스타일까지. 장차 한국여자 골프계를 이끌어갈 스타다.

전인지는 키가 174.8㎝나 된다. 하지만 골프를 시작하기 전엔 키가 크지 않았다. 성장판 검사에서 164㎝ 이상은 클 수 없다는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골프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15㎝나 자란 것이다.

"참 희한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말레이시아로 동계 전지훈련을 다녀왔는데요. 골프를 한 뒤 키가 몰라보게 컸어요. 아빠도 우리 딸이 맞냐라는 말을 할 정도였어요."

2011년 인연, 그리고 인연

전인지는 2011년을 잊을 수 없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전인지는 2011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K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마지막 날 챔피언 조에서 출발했지만 우승하지 못하고 3위에 입상했다. 아마추어가 프로 선수들도 공략하기 힘든 여주 블루헤런 골프장에서 거둔 성적이라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 인연으로 전인지는 하이트진로의 모자를 쓰고 있다.

"그 때 우승을 놓쳐서 울진 않았어요. 하지만 라커에서 경기위원님이 수고했다면서 안아주시는데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이 대회를 끝나고 많이 변했고 성장을 했어요."

전인지는 그 해 또 한 명의 은인을 만났다. 박원 J골프 해설위원을 스승으로 모시게 된 것이다. 전인지는 국가대표 시절부터 관심을 드러냈던 박 해설위원의 사단에 합류했다.

전인지는 "박원 프로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면서 "국가대표를 1년 더 할 생각도 있었지만 박원 프로님이 프로 전향을 조언해 줬다. 일찍 프로에 오길 잘 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효주는 슈퍼 루키, 저는 아직 루키죠"

전인지가 성적을 내면서 KLPGA 투어의 신인왕 경쟁도 재미있게 됐다. 지금은 시즌 1승을 올린 김효주가 전인지에 근소하게 앞서 있는 상황이다. 전인지는 김효주의 국가대표 1년 선배다.

"효주는 국가대표 상비군 시절에도 유명했어요. 제가 90타를 치고 있을 때부터 잘 쳤거든요. 1년 후배지만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전인지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 단짝 친구인 김지희(19ㆍ넵스)가 반갑게 인사했다. 그는 "제가 좋아하는 친구"라면서 "지희뿐만 아니라 올해 투어에서 뛰고 있는 윤선정(토니모리), 장수연(롯데마트), 김수연(넵스), 이정화(에쓰오일)도 내 친구들이다"고 자랑했다.

전인지는 1년 더 빨리 프로에 데뷔해 작년 신인왕을 수상한 김지희를 보면서 자신의 꿈도 털어놨다. 김지희는 2011년 하이트 챔피언십 때는 여주까지 와서 전인지를 응원했다. 올해는 대회에 나갈 때마다 숙소도 같은 곳에 잡아놓고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신인왕이 욕심이 나긴 하죠. 하지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꾸준히 제 목표를 향해 나가다 보면 좋은 결과(신인왕)가 나올 것으로 믿습니다. 하하."

이천=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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