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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증 도용… 사보험 이중 청구… 줄줄 새는 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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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증 도용… 사보험 이중 청구… 줄줄 새는 건보

입력
2013.06.0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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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 조모(50)씨는 지난해 5월 친정 방문 차 한국에 들른 김에 백내장 치료를 받기로 했다. 한국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면 미국에 비해 진료비 부담이 훨씬 작기 때문이다. 미국 국적을 취득한 조씨는 건보 가입 자격을 상실했지만 혜택을 받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나이가 비슷한 건보 가입자 올케의 주민등록증을 내면 자격을 확인하는 시스템이 없는 병원에서 별 의심 없이 진료해주기 때문이다. 조씨는 그렇게 지난해 5월 말부터 한 달간 국내 안과에서 진료(36건)를 받고 147만원의 혜택을 봤다.

3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조씨처럼 건보 자격 상실 후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대여ㆍ도용하는 등 부정사용으로 인한 건보 손실액은 확인된 액수만 ▦2009년 33억3,200만원(11만3,000건) ▦2010년 28억200만원(8만9,000건) ▦2011년 53억5,100만원(18만6,000건) ▦2012년 113억원(52만5,000건)에 이른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사후 적발로 확인된 게 이 정도"라며 "도용 피해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통사고 환자가 가해자로부터 사보험으로 합의금을 받고도 병원에 사실을 숨기고 건보로 처리하는 이중수급도 재정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합의금은 치료비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민간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은 후에는 건보 적용이 되지 않는다. 병원이 교통사고 환자가 오면 공단에 사보험처리로 인한 급여제한여부 조회 요청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 환자가 입을 다물어버리면 건보로 처리되는 것이다. 2011년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연구에 따르면 교통사고 환자 건강보험 부당적용 누수액은 연 1,283억~3,373억원으로 추정된다.

박근혜 정부가 건보 보장성은 강화하되 증세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어 건보공단은 이 같은 도덕적 해이와의 싸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먼저 주민증 도용 사실을 신속히 적발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청구ㆍ심사권을 가져 오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현 제도에서는 심평원이 병원의 진료내역을 보고 과잉 진료 여부 등을 확인해서 공단에 건보료를 청구하기까지 3~4개월이 걸리는데 이쯤이면 부당이득자가 이미 출국해버린 뒤"라고 말했다. 때문에 최근 3년간 평균 환수율은 44.15%에 그친다. 하지만 심평원은 "청구ㆍ심사의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병원에서 수급자격 확인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번거로운 일을 떠맡지 않으려는 병원 측의 비협조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개인정보와 진료내역 등이 담긴 전자건강보험카드 도입안은 시민단체가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반대해 흐지부지됐다.

다만 교통사고 환자의 이중수급을 막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금감원이 보유한 개인별 사보험금 지급자료 등을 활용하면 적발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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