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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 비자금 수사로 궁지 몰렸을 때 장남이 유령회사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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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 비자금 수사로 궁지 몰렸을 때 장남이 유령회사 설립

입력
2013.06.0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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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55)씨가 해외 페이퍼컴퍼니와 해외 비밀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드러나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유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재국씨의 페이퍼 컴퍼니 설립 당시인 2004년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밝히기 위한 검찰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고 '전 전 대통령이 자식들에게 물려준 비자금을 몽땅 추징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뇌물로 거둬들인 2,205억원을 추징금으로 내도록 선고 받았지만 지금까지 추징 또는 임의납부를 통해 533억원만 냈다. 16년 동안 찾지 못한 나머지 1,672억원 가운데 일부가 재국씨의 해외 유령회사와 해외계좌에 유입됐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에 따르면 재국씨가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업체인 PTN을 통해 조세피난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유령회사 '블루 아도니스'를 설립한 시기는 2004년 7월 28일. 공교롭게도 동생 재용(50)씨가 증여세 포탈혐의로 구속된 5개월 뒤다. 당시 검찰 조사에서 재용씨가 외할아버지 이규동씨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한 167억원 가운데 73억5,000만원 가량이 1987년 전 전 대통령 경호실 재무관이 관리하던 비자금의 일부로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비자금 수사로 인해 전 전 대통령 일가가 궁지에 몰린 시점에서 재국씨가 왜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겠느냐"며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처로 사용됐을 것이란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비슷한 시기에 재국씨는 블루 아도니스와 연결된 해외 계좌를 만들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재국씨는 당초 2004년 9월 22일까지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계좌를 틀 계획이었으나 버진아일랜드에서 싱가포르로 배송 중이던 관련 서류가 분실되면서 계좌개설과 함께 자금이체가 지체되자 변호인을 통해 관계자들에게 화를 냈다는 것이다. PTN 싱가포르 본사와 버진아일랜드 지사 관계자들 간에 주고 받은 메일에는 "고객인 전재국씨의 은행계좌에 들어 있는 돈이 모두 잠겨 있어 전씨가 몹시 화가 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재국씨가 계좌를 개설한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이 개인 고객이 아닌 수천 만달러 규모의 법인 계좌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는 점도 '검은 돈 운용'가능성을 더해주고 있다. 더욱이 이 곳은 아랍은행의 제3국 지점임에도 한국인 간부를 2명이나 둬 한국인 비자금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실제로 뉴스타파가 2차 명단 에서 공개한 SK그룹 임원 출신 조민호씨도 여기에 계좌를 두고 있었다.

재국씨는 이에 대해 "이 일은 1989년 미국 유학생활을 일시 중지하고 귀국할 당시 가지고 있던 학비, 생활비 등을 관련은행의 권유에 따라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과정에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개 유학생의 학비, 생활비가 도대체 얼마나 많길래, 또 뭐가 구려서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자금이체가 필요했는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물러나며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약속한 1988년 당시 재국씨를 비롯한 자녀들 모두가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수백억 원대 자산을 가지고 있는 점도 전 전 대통령의 숨겨진 비자금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은 한 요인이다.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는 "검찰 및 국세청은 재국씨 소유의 페이퍼 컴퍼니 명의 계좌에 얼마의 돈이 흘러갔는지 누구의 돈인지 밝힐 때"라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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