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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훈의 Dr. 논술] 윤리적 소비와 문제의식 연결고리 아쉬워… 문외한 설득하듯 글 진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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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훈의 Dr. 논술] 윤리적 소비와 문제의식 연결고리 아쉬워… 문외한 설득하듯 글 진행해야

입력
2013.06.0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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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은 학생 글의 형식논리를 살펴보자. 1~2단락: 방글라데시 의류공장에서 불이나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다. 3단락: 관계당국의 규제부족으로 노동자의 근무조건이 열악하다. 4단락: 대기업의 이윤창출이 정당하지 않다. 5단락: 윤리의식과 압력이 해결책이다. 6단락: 윤리적 소비도 또다른 해결책이다. 7단락: 개인, 기업 그리고 국제사회가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한다. '상황소개(1~2단락) → 문제점의 원인규명(3~4단락) → 해결책 제시(5~7단락)'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논리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 글의 내용을 확인해보자. 전체 글의 주제의식은 무엇인가? '윤리적 소비로 노동자들에게 권리를 부여하자'가 주제의식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글을 구성함에 있어서 문제의식과 중심생각 사이에 연결성이 있어야 한다. 즉 글의 시작이 '방글라데시 화재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방식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하은 학생 글에서는 3단락에서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문제삼고 4단락에서 대기업의 이윤창출방식에 대한 비판을 한 뒤에 곧장 노동자에 대한 권익보호로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내용만으로는 주제의식인 윤리적 소비와의 연결을 끄집어내기가 쉽지 않다.

처음 글을 시작함에 있어서 충실한 개요짜기로 글 전체를 구성해야 한다. 한 단락 내에서는 하나의 중심생각을 담는다는 마음으로 전체의 개요가 구성되어야 한다. 글이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야 한다. 요점정리를 하듯이 글을 전개하면 설득력이라고 하는 대전제가 흐트러진다. 논술 글은 문외한을 설득한다는 마음으로 글이 진행되어야 한다. 공정무역을 모르는 어린 동생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킨다는 생각으로 선후의 논리관계를 풀어주어야 한다. 글에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 말고 문제 의식과 핵심 주장 사이의 연계를 바탕으로 간결하게 글을 구성해 가야 좋은 논술문이 된다.

마지막으로 글의 표현을 살펴보자. 1단락과 2단락을 굳이 2개의 단락으로 나눌 이유가 있겠는가? 비슷한 내용의 병렬적 나열이라면 한 단락으로 묶는 것이 더 간결한 서술이 된다. 5단락에서 해결책으로 '대기업의 윤리의식과 국제사회의 압력'을 언급하고 있다. 병렬적인 표현의 경우 형식적 등가성 외에 내용적 균형성이 갖추어져야 한다. 외견상으로는 윤리의식과 압력은 동등한 표현이라고 생각되지만 사실은 둘은 구별되어야 한다. 윤리의식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지만 압력은 추가적으로 행사나 실시와 같은 서술어가 추가적으로 더해져야 한다. 이 표현은 대기업의 윤리변화와 국제사회의 압력행사 혹은 대기업의 윤리의식 제고와 국제사회의 영향력행사 정도로 표현이 바뀌어야 한다. 6단락에서 "공정무역 즉 윤리적 소비도"라는 표현이 있다. 공정무역과 윤리적 소비는 겹치는 부분은 있지만 동의어 내지는 유사어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즉' 이라는 표현으로 두 단어를 연계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다.

같은 유형의 오류로 "공정무역은 말 그대로 노동자에게 정당한 양의 대가를 지불하는 거래다"라는 표현이 있다. 말 그대로란 표현은 단어의 개념을 풀어낼 때 쓰는 표현이다. 공정무역은 국가간 거래를 함에 있어서 대화 투명성을 기초로 하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거래방식을 말한다. 물론 정의로운 거래내용으로 인하여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 될 수는 있지만, 부분적인 내용을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논술문에서 피해야 하는 표현이다.

마지막 단락에서 "노동자들의 피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는 표현도 주장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약자인 노동자들의 권익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피땀'이라는 다소 격정적인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설득력은 합리적인 논증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감정적인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전체 글의 논리구성의 치밀함을 모색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서강대 공공인재학부ㆍ법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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