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현상은 어쩌면 많은 한국인의 본심이 드러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온라인 반한(反韓) 우익단체인 '재특회'에 대한 책을 펴내는 등 일본 우익단체를 밀착 취재해 온 프리랜서 기자 야스다 고이치(49)씨가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일베'를 '재특회'와 비교하며 이렇게 진단했다.
야스다씨는 3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에서 '인터넷과 행동주의적 우익의 출현'이란 주제로 연 강연에서 "2007년 재특회가 결성됐을 때까지만 해도 일본 사회는 이들을 인터넷에서만 떠드는 소수의 '바보들' 정도로 여겼지만, 재특회는 생각보다 많은 일본인들의 소망을 대변하고 있었다"며 "일베 역시 소수가 이끄는 이상한 조직으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이들 존재를 제대로 마주하고 그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일(在日)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이라는 뜻의 '재특회'는 일본 내에서 약 1만3,000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우익단체로 '다케시마(독도) 탈환', '일본 경제 좀먹는 재일한국인 퇴치' 등을 주장하며 반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 번 클릭하는 것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고, 온라인을 통해 집회를 조직하는 이점 등으로 세력이 빠르게 성장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근거 없는 주장에 의존하며 지지세력을 모은다는 점에서 한국의 '일베'와 닮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년 기자 경력의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최근 재특회 등 일본의 반한 넷우익(인터넷에서 우익적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을 펴낸 야스다씨는 "재특회는 보수도, 우익도, 민족주의자도 아니며 단지 인종차별주의자일 뿐"이라고 정의하면서도 "하지만 그들이 일본의 평범한 중학생이고 가정주부며 보통 회사원이란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정 기업이나 정치세력에 연계되지 않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된 '풀뿌리' 조직이기 때문에 일본 사회에 더 위협적인 존재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재특회가 세력을 확장하는 이유는 사회에 불신이 쌓이면서 속설이나 음모론에 매달리기 쉬운 정서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며 "결국 그들은 거대한 적과 싸우는 자신에게 취해있을 뿐, 자신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지 구체적인 모습은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재특회 세력이 이렇게까지 늘어난 것은 이를 외면했던 일본 지식인과 주류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말로 강연을 마친 야스다씨는 "일베 역시 바보 같은 소리를 늘어 놓는 단순한 인터넷 문화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시민과 언론이 계속해서 진실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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