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통상 새 정부 100일의 국정운영 방향에 따라 정권 5년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한다. 박 대통령 취임 후 100일은 안팎으로 위기와 도전의 연속이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위기를 대체로 무난히 관리해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부문별 국정과제에서는 여전히 평가가 교차하고 있다. 심지어 창조경제는 아직까지 실체가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외교안보 및 검찰개혁을 포함한 정치 전반과 고용 및 복지를 아우르는 경제일반의 국정과제를 부문별로 점검했다.
박근혜정부 100일 간 청와대와 정치권의 관계는 '소통과 협력'보다는 '불통과 불화합'에 가까웠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새 정부 출범부터 대립했다. 여야의 주도권 다툼 속에 청와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에 제출된지 52일이 지나서야 통과됐고 이로 인해 정부는 지각 출범해야 했다. 반면 청와대는 정치권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인사를 강행하거나 여당과의 상의 없이 주요 정책들을 발표했다가 적지 않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새누리당을 친박계 주류가 장악하고 있는 만큼 당청이 찰떡 궁합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으나, 실상은 반대였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2일 "당에서 여러 현안에 대해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해도 반응 자체가 없다"면서 "당청 간 대화 채널이 사실상 막힌 상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4월 초 여당 지도부 및 국회 상임위원장단과의 만찬 회동에서 "앞으로 모든 사안에 대해 당의 말을 많이 듣겠다"고 약속했지만,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것이 여당 인사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최근 정부가 짠 대선공약 이행 재원 마련 계획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신규 투자 계획 등 지역공약 예산이 대폭 축소돼 여당이 뒤늦게 반발한 일도 있었다.
당청 관계가 삐걱거리는 이유에 대해 한 친박계 의원은 "정치 감각이 부족한 관료와 학자들이 청와대를 주도하고,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정현 정무수석 등 당 출신 참모들이 청와대 안의 문제에만 온통 신경 쓸 뿐 여의도엔 무신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 협조가 없으면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박 대통령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 분야 대선 공약들은 대부분 총선 공천 및 국회 운영과 관련된 것이어서 아직 본격적으로 이행되거나 입법화되지 않고 있다. 다만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을 폐지한다는 공약은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4ㆍ24 재보선을 통해 관철됐다. 국회의원 면책특원 제한ㆍ불체포 특권 폐지, 총선 공천 시 여야 동시 국민참여 경선 실시 등 의원들의 기득권과 직결된 공약들은 실현여부가 현재로선 미지수다.
한편 새 정부 100일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청와대의 인사 문제는 다소 아쉽지만, 어려운 안보환경 속에 대북 문제에 대해 중심을 잡았다"면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정책과 법안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고 평했다. 반면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청와대 윤창중 전 대변인 사태 등이 벌어졌을 때 청와대가 우왕좌왕하는 등 위기관리 시스템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며 "박 대통령의 1인 주도형 리더십은 인사 난맥상을 낳았다"고 혹평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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