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체 해군 전함의 60%를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으로 이동시키기로 한 데 이어 해외 공군력의 60%도 아태지역에 배치하고 지상군도 늘리기로 했다. 이에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2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앞으로 아태 지역 지상부대를 증강하고 미 공군 해외 전력의 60%도 아태 지역에 배치한다"고 밝혔다고 인민일보가 2일 전했다. 지난해 샹그릴라 대화에서는 리언 패네타 당시 미 국방장관이 미 해군 함정의 60%를 아태지역에 배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헤이글 장관은 미군의 아태 지역 지상부대 증강과 공군력 강화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 철수하는 해병대 및 육군 제25보병사단의 재배치를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공군은 본토의 전술항공기와 전폭기를 아태지역에 배치한 데 이어 우주 및 사이버 전력의 60%도 아태지역에 집중시킬 예정이다. 헤이글 장관은 이밖에 최근 이착륙 실험에 성공한 무인공격기와 고출력 레이저 무기 등 최첨단 무기도 이르면 내년부터 아태지역에 실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22 랩터 및 F-35 통합타격 전투기의 일본 배치와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의 괌 배치도 이 계획에 포함돼있다. 중국 CCTV는 이날 "헤이글 장관이 샹그릴라 대화 제1차 전체회의에서 미국이 아태지역에 더 많은 공중 및 지상 전력과 최첨단 과학 기술 무기를 투입,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헤이글 장관은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헤이글 장관이 발언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야오윈주(姚雲竹ㆍ여) 중국 인민해방군 소장(군사과학원 세계군사연구부 제2연구실 주임)은 "미국이 군사력의 60%를 아태지역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상황에서 이 조치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란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헤이글 장관은 그러나 "그것이 바로 지금 더 긴밀한 미중 군사관계를 수립해야 하는 이유"라며 "우리는 오판과 오해, 오독을 원치 않으며 이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소통과 직접 대면을 늘리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미중 양국은 2일 열린 헤이글 장관과 치젠궈(戚建國)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중장)의 회견에서도 미국의 아태 지역 군사력 증강과 관련해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은 이 자리에서 사이버전과 해커 공격, 북한 핵 문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의 영유권 분쟁 등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에 따라 7, 8일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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