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것)로 경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이달 중대 기로를 맞는다. 양적완화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난달부터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고 있는데, 미ㆍ일이 이를 잠재울만한 뚜렷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 한 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국이 계속 돈을 풀어대도 문제지만, 유동성 공급을 중단할 경우 자칫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국채금리는 급등(가격하락)을 거듭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31일 장중 2.18%를 기록하며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28일(2.166%) 기록을 또 다시 갈아치웠다. 이달 초만 해도 금리는 사상최저치(1.6%선)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미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대해 시장에서 먼저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3일 "수개월 내 양적 완화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 상승은 가계지출과 기업투자가 위축으로 이어져 미약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다른 나라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우리나라만 해도 31일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2.79%를 기록하면서 올해 최저치(2.44%)에 비해 0.35%포인트 급증했다.
아베노믹스를 앞세운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은 갈수록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일본경기 회복의 단초가 된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달 22일 103.7엔까지 올랐지만 31일 100.5엔으로 후퇴했다. 10년만기 국채 금리(31일 0.94%)는 지난달 23일 장중 1%대를 돌파하는 등 불과 한 달 새 50% 이상 치솟았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이자부담이 불어나 자칫 재정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본 증시 또한 요동치고 있다. 폭락을 거듭했던 지난달 일본 주가는 10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월간 상승폭이 0.6%로 10개월 새 가장 작았다.
이런 불안감을 6월 어떻게 잠재울지 주목된다. 미국의 경우 당장 2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 연설과 5일 Fed 경기판단을 가늠해볼 수 있는 '베이지북'(Fed가 매년 8회 발표하는 미국 경제동향보고서)이 주목할 변수로 꼽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대외요인은 미 양적완화 정책 향방"이라며 "제이미 다이몬 JP모건 체이스 회장도 Fed가 출구전략에 대한 판단을 잘못하면 큰일이라는 견해를 낸 것처럼 미국이 어떤 타이밍에 돈을 거둬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1일 밝힐 정도로 한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달 세 번째 통화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양적완화와 재정지출 확대에 이은 후속 정책으로, 기업 지출 등 민간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책이 담길 전망이라 아베노믹스가 얼마만큼 속도조절을 하게 될 지가 관건이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6월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양적완화 정책 변화에 가져올 수 있으므로 투자자들은 변화의 방향을 확인한 후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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