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대생 살인범은 택시기사가 아니라 실종 당일 클럽에서 피해자와 합석했던 성범죄 전력의 20대 남성이었다. 하지만 이 남성은 경찰의 동향 관리 대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허술한 초동 수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2일 여대생 남모(22)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조모(24ㆍ무직)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4시20분쯤 대구 중구 클럽 골목에서 남씨가 탄 택시에 애인이라며 동승한 후 남씨를 자신의 원룸으로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하다 살해한 혐의다. 조씨는 다음날 새벽 시신을 경북 경주의 한 저수지에 버리고 달아났다.
하지만 경찰은 실종 당일 남씨를 태운 택시기사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1주일 간 6,000여대의 차량번호판을 데이터베이스화 한 끝에 지난달 31일 택시기사 이모(30)씨를 검거했다. 이씨로부터 "피해자와, 동승한 20대 남자를 북구 모텔 부근에 내려줬다"는 진술을 얻어내 1일 새벽 3시30분 같은 클럽에서 술을 마시는 조씨를 검거할 수 있었지만 초동 수사만 제대로 했더라면 얼마든지 조기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해당 클럽에서 피해자가 남성과 술을 마셨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들 남성 3명의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조씨는 2011년 4월 울산에서 미성년자 강제추행으로 집행유예 3년에 신상정보 공개 3년을 선고 받아 '성범죄알림e'사이트에도 이름이 올라 있었으며 인근 북부서가 조씨의 동향을 관리 중이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중부서가 클럽에서 확보한 CCTV화면을 제대로 공조만 했어도 엉뚱한 피의자 검거와 수사력 낭비를 막을 수 있었다. 경찰은 또 실종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남씨의 휴대전화가 잠시 켜졌다 꺼졌던 곳도 조씨가 살던 동네 부근이었음에도 해당 지역 성 범죄자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부서 관계자는 "사건 발생 후 남씨를 태운 택시기사가 신고전화를 하지 않은 점이 의심스러워 택시기사를 찾는 데 집중했다"며 "결국 택시기사로부터 진범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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