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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에 잡힌 심야 5중 충돌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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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에 잡힌 심야 5중 충돌의 진실

입력
2013.06.0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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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 오후 11시 55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동호대교 남단 압구정 고가도로. A(32)씨가 운전하는 K5 승용차가 1차로에 진입해 고속 주행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고가도로에 들어설 때부터 K5 승용차를 쫓던 박모(31)씨의 벤츠 승용차가 이에 질세라 속도를 올려 바짝 추격했다.

앞선 K5 승용차를 벤츠 승용차가 뒤쫓는 형태로 고가도로를 내달리던 두 차량은 이내 오른쪽 커브 구간에 들어섰다. 추월 기회를 잡은 벤츠 승용차가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한 후 속칭 '갈치기'로 1차로를 달리던 K5 승용차 앞으로 나가려던 순간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한 K5 승용차가 벤츠 승용차와 부딪히고 만다. 당시 박씨와 A씨의 차량속도는 규정속도의 2배인 시속 120km에 달했다.

그 충격으로 K5 승용차는 중앙선 밖으로 튕겨져 나가 마주 오던 B(32)씨의 카니발 승합차와 정면충돌했다. 카니발 승합차를 뒤따라오던 2대의 승용차들이 연이어 부딪히면서 5중 충돌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A씨는 현장에서 숨졌고 B씨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벤츠 승용차를 몰던 박씨는 사고 직후 경찰 조사에서 "K5가 먼저 차선을 넘어와 부딪혔다"며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던 5중 충돌사고의 전모는 목격차량의 블랙박스와 CCTV 영상, 거짓말탐지기 조사 등 한 달여간의 경찰 수사로 박씨의 거짓 진술이 탄로나면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운전자 2명을 사망하게 한 혐의(과실치사 등)로 박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보면 두 차량이 고가에 들어서기 전부터 서로 추월하려 속도경쟁을 벌였다"며 "박씨와 A씨는 당시 음주도 하지 않은 상태로 경쟁심이 부른 참극"이라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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