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모내기 철부터 농민에게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새 조치를 시행하는 등 김정은 시대 들어 추진해 온 새로운 경제 조치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인센티브 강화와 중앙의 통제 완화 등 일부 변화의 조짐들이 확인되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 당국은 올 4월1일 생산촉진을 위해 협동농장과 공장·기업소의 관리자들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는 새 조치를 발표했다고 AP통신이 1일 보도했다. 협동농장에서는 작업단위가 더 작은 규모로 조직되고 각 단위가 담당 농지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게 돼, 모든 수확분을 국가에 바쳐야 했던 과거와 달리 작업단위가 잉여 농산물을 보관해 판매하거나 물물교환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공장ㆍ기업소에서는 새 경제조치로 임금통제가 완화되면서 관리자가 근로자에게 줄 급료를 정하고, 실적을 올리는 데 이바지한 이들에게는 임금을 올려줄 수 있다고 한다.
실제 함경남도 함흥시 동봉협동농장 관리위원회의 김종진 부위원장은 AP통신에 “(이번 조치로) 생산 열의가 고취되고 생산한 양에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몫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동봉협동농장에서는 가을 철 수확이 끝난 뒤 국가가 배급한 볏모(옮겨심기 위해 기른 벼의 싹)에 따른 할당량(볏모 140kg당 쌀 193kg)을 상환하고 그 잉여분을 남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황해남도 재령군 삼지강협동농장에서는 실적에 맞게 현물분배를 진행해 최고 2.4톤의 곡물을 인센티브로 받은 농장원이 있었다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4월11일 소개한 적도 있다.
주민들 사이에 오가는 상품이 증가하면서 북한의 기존 유통구조도 바뀌고 있다. 북한 당국이 상업과 유통 부문에서 계획경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각 상업성의 한 당국자는 조총련이 발행하는 월간지 ‘조국’(6월호)에서 “도매상업 기업소들의 운영방식을 계획상품은 물론 계획 초과분, 계획 외의 상품 등 모든 상품을 소개하고 임의의 소매망들로부터 주문받아 운송해주는 방법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밝혔다. 북한 내에서 유통되는 상품의 양이 증가하고 품목도 다양해졌으니 기존 유통 시스템을 조정하고, 상업ㆍ유통기관의 재량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해 AP통신은 4월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2000년대 북한 경제개혁을 주도했던 대표적 ‘경제통’ 박봉주가 6년 만에 다시 내각 총리로 기용된 점도주목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중요한 개혁의 신호탄일 수 있다며 중국이 30년 전 진행했던 자본주의 수용단계를 뒤따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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