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원그룹 차헬스시스템즈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여성 약 40명으로부터 난자를 기증 받아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차의과학대 줄기세포연구소 이동률 부소장은 "LA차병원 인근에 연구실을 만들고 미국 내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아 지난해 말부터 난자를 이용한 체세포 복제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불임 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난자 공여 프로그램이 활성화해 있기 때문에 연구에 필요한 신선한 난자를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부소장은 기대를 내비쳤다.
우리나라에선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체세포 복제 연구에 사용 가능한 난자를 불임 시술 후 남은 난자나 폐기될 난자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 부소장은 그러나 "불임 시술 후 남아서 얼려둔 난자 40~50개로 체세포 복제를 시도해봤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건강한 여성에게 난자를 기증 받을 길이 막혀 있어 국내에서는 연구를 접고 미국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활발하게 체세포 복제를 시도해 온 차병원이 국내 연구를 종료하면서 이제 우리나라에서 이 연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 받은 기관은 2005년 6곳에서 현재 9곳으로 늘었지만, 사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 중 서울대 수의과대는 지난 2007년 지정 취소를 신청했다. 가장 최근(2011년)에 지정된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의 박세필 교수는 "최근 한 여성에게서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동의를 받았는데, 결국 보건복지부의 연구 허가를 받지 못했다"며 "다시 기증자를 물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선 줄기세포 학계 내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난치병에 대한 여러 세포치료법의 하나이면서 발생 과정 전체를 연구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꼭 필요하다는 주장과, 다 자란 세포를 거꾸로 되돌리면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능력을 지닌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데 굳이 생명윤리 논란을 감수하면서 연구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체세포를 핵을 제거한 난자와 융합시켜(복제) 만든 배아(수정란)에서 추출하는 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어 난치병 치료용으로 주목받아 왔다. 2004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에 이어 지난달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미국 오리건건강과학대 교수도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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